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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영화같은 게임, 게임같은 영화

입력 | 2001-07-03 18:58:00


믿기 어렵지만 총액 규모면에서 게임은 이미 영화를 앞질렀다. 하지만 영향력으로 보자면 아직은 영화가 한 수 위다. 영화의 연출과 시각적 효과는 게임에서 널리 차용된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로 게임이 표현할 수 있는 범위가 늘어나면서 ‘스승’인 영화를 넘어서려는 욕심까지 부리고 있다.

반대 현상도 나타난다. 수많은 사람들을 사로잡은 게임의 매력을 빌려쓰려는 영화 제작자들이 있다. 많지는 않지만, 영화화되는 게임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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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마리오’는 게임 역사상 가장 성공한 게임 중 하나다. 주인공 ‘마리오’ 역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영화 ‘슈퍼 마리오’는 완전히 실패했다. 영화사가 몰랐던 건, 게임 ‘마리오’가 주는 재미가 어떤 것이었느냐 하는 것이다.

‘마리오’는 게이머가 직접 조종해 점프를 하고 적의 머리를 밟고 뛰어다니는 것에서 재미를 찾는 게임이다. 그 모습을 화면에서 보여준다고 그 재미가 재현되는 건 아니다.

역시 영화화된 대전 액션 게임 ‘스트릿 파이터’나 ‘모탈 컴뱃’도 비슷한 오류를 저질렀다. 게임의 유명세를 업고 무술 액션을 그대로 영화로 만들기만 하면 괜찮은 액션 영화가 될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으로 기획되었다. 하지만 ‘마리오’와 유사한 문제가 있었던 데다 게임에서 구현된 놀라운 무술 동작을 당시 기술로는 제대로 표현할 수 없었다. 비참하게도 얼마 안 되는 관객들의 비웃음은 극장 안을 가득 메웠다.

영화에 대한 콤플렉스를 해소하기 위해 직접 영화를 만든 게임 제작자도 있다. 영화 같은 연출과 동영상으로 유명한 게임 ‘윙 커맨더’의 제작자 크리스 로버츠가 그 예다. 하지만 게임이라는 원군이 없는 그의 영화는 빈약한 상상력만 초라하게 드러낼 뿐이었다.

올해는 ‘툼 레이더’와 ‘파이널 환타지’가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파이널 환타지’의 제작사 ‘스퀘어’는 영화 같은 게임을 표방해온 지 오래다. 이에 걸맞게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을 무기로 실사 영화에 도전하고 있다. 반면 ‘툼 레이더’는 게임 캐릭터를 어설프게 영화적 스타일에 끌어들이기보다는, 동작 하나 하나와 화면 구성까지 게임의 이미지를 충실하게 재현했다. 특수 효과를 동원해 ‘라라’의 멋진 액션을 구현하는 데 공을 들이고, 안젤리나 졸리라는 더없이 적당한 배우를 최대한 활용해 캐릭터의 매력을 살리는 데 모든 것을 걸었다. 결과는, 라라와 게임 ‘툼 레이더’의 팬이라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영화다. 하지만 게임을 해보지 않은 관객에게까지 어필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박상우(게임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