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개발에 미쳐서 삽니다. 너무 재미있어서 매일 그 생각만 하죠. 이것만 하다 세상물정에 어두워질까 걱정이 될 정돕니다.”
인터넷 게임 사이트 한게임의 개발 업무를 맡고 있는 김정주 과장(30). 인터뷰를 위해 만난 그는 예상과 달리 너무 얌전하게 생겨 기자를 놀라게 했다. 아담한 키에 수줍음이 많은 듯한 모습은 ‘이 사람이 게임개발자 맞나’하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 하지만 김과장은 게임개발 경력이 20년에 가까운 베테랑이다.
그가 처음 컴퓨터를 접한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친척집에서 어깨너머로 익힌 프로그래밍 실력으로 5학년 때 벌써 ‘갤러그’와 비슷한 게임을 만들어냈다.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게임개발을 위해 학교를 그만두겠다는 생각을 ‘밥먹듯’ 했다고 한다.
대학 졸업 후인 97년 삼성SDS에 들어갔다. 1년 남짓 PC통신 유니텔의 접속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을 했다. 그러나 게임이 너무나 만들고 싶었다.
그는 탄탄한 직장을 박차고 나와 게임 엔진(게임 소프트웨어가 가동되게 하는 핵심 프로그램) 만드는 일에 매달렸다. 펄쩍 뛰는 부모님에겐 “대학원 공부하는 셈 치고 2년만 봐주세요”라고 했다.
골방에 틀어박혀 엔진개발을 해오던 그에겐 SDS 시절 상사였던 한게임 김범수 사장이 일자리를 제의했다. 이후 몇 번의 우여곡절을 거쳐 한게임에 자리를 잡았다. 그는 한게임에서 온라인 당구게임을 개발했다. 1년 동안 만든 게임은 4구와 포켓볼 등 4가지.
“제가 진짜 당구 왕초보(50점)거든요. 개발하면서 기본도 모른다고 욕을 엄청 먹었습니다.” 그는 게임개발은 프로그래밍 실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여러 가지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그럴듯한 작품이 된다. 당구게임만 하더라도 대학에서 물리학 전공자를 모셔와 공의 마찰과 반사각 등을 계산했다. 만들어만 놓는다고 다 ‘물건’이 되는 것도 아니다. “업무용 솔루션은 작동만 하면 OK입니다. 하지만 게임은 재미가 없으면 아무리 성능이 좋아도 ‘쓰레기’에 지나지 않아요.”
김과장은 게임 개발의 매력으로 ‘문화와 기술의 결합’을 꼽았다. “게임개발은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는 일’로 볼 수 있습니다. 인간이 창조주가 되어 자신만의 세상을 만드는 거죠. 일정 수준 이상의 게임은 기술보다 문화적 성격을 더 많이 띠게 되는 이유입니다.”
따라서 게임 개발은 단순한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과는 많이 다르다는 게 그의 지론. 그는 소방서와 경찰서를 예로 들었다. “둘 다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준다는 점에선 차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일의 내용은 판이하게 다르죠.”
또 게임 개발은 그래픽이란 요소를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작업이 훨씬 까다롭다고 한다. 하지만 멋있고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어 그걸 즐기는 사람을 볼 때 무한한 기쁨을 느낀다. “바로 그런 재미가 지루한 프로그래밍 과정을 견디게 하는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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