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왜곡해 문제가 된 일본 후소샤(扶桑社)의 중학교 검인정 교과서 ‘새로운 역사교과서’ 번역 출판권을 따내기 위한 국내 출판사들의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현재 경쟁에 뛰어든 출판사는 7개. 한국측으로부터 격렬한 비난을 받아온 후소샤측으로서는 의외의 반응에 놀라며 계약 상대 결정을 미루고 있다.
역사학계에서는 온국민이 나서 왜곡 시정을 요구하고 있는 책을 놓고 지나치게 경쟁하는 것은 일본의 왜곡된 역사인식을 국내에 그대로 전파시킬 뿐아니라 국내외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출판계에서도 이번 경쟁이 과거 해외 화제작을 둘러싸고 벌어진 것처럼 출혈 경쟁으로 이어질 경우 저작권료를 지나치게 올리게 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게다가 현재 이 책의 본문 저작권만 후소샤에 있을 뿐, 그림이나 도판 자료는 후소샤에 저작권이 없기 때문에 국내 출판사간의 경쟁이 과열될 경우 국내 출간을 위한 도판 저작권 계약 등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열경쟁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5월 말 후소샤측과 가장 먼저 접촉에 나섰던 ‘휴머니스트’(대표 김학원)는 경쟁 출판사와 저작권 대행사들에게 이 사태와 관련된 공개서한을 보내 과열 경쟁을 자제할 것을 제안했다.
전국역사교사모임이 만들고 있는 ‘대안 한국사 교과서’와 함께 이 책을 출간하려고 이미 70%의 번역을 마쳤다는 ‘휴머니스트’측은 자체 시장조사 결과 판매예상부수는 1∼2만부 정도라며 한국의 출판사와 저작권 대행사가 내부 논의를 통해 후소샤와 단일한 대응을 할 것을 제안했다. 김학원 대표는 “논의 결과 가장 적합한 출판사에 대해 의견이 모아지고 합당한 방식의 저작권 협상 방안이 도출되면 계약을 양보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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