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디즈니가 내놓는 애니메이션 ‘아틀란티스-잃어버린 제국’은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등 이전의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발견되는 ‘디즈니적’ 요소가 없다. 아기자기하고 예쁜 동화같은 그림도, 코믹하고 사랑스러운 감초 캐릭터도, 그리고 감미로운 멜로디의 주제가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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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란티스’는 일부 폭력적인 장면 때문에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는 처음으로 미국에서 ‘보호자 동반(PG)’ 등급도 받았다. 국내에서는 전체관람가.
‘아틀란티스’는 실사(實寫)영화에 적합한 듯한 큰 스케일의 ‘액션 어드벤처’다. 디즈니는 관객들이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과감히 영화속에서 노래를 포기하고 연주 위주의 배경음악을 택했다. 주제가가 크게 히트한 ‘라이언 킹’‘미녀와 야수’의 경우 OST 판매만으로도 큰 수익을 올렸던 것을 생각할 때 ‘아틀란티스’의 내용 자체에 디즈니가 얼마나 큰 기대를 걸었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영화의 내용은 기대만큼 탄탄하지 않다. 사어(死語)를 연구하는 마일로 싸치(목소리연기 마이클 J 폭스)는 수천년전 바닷속에 가라앉은 전설의 제국 ‘아틀란티스’를 찾아나선다.
마일로는 폐허 대신 실존하는 문명을 발견하고, 아틀란티스의 키다공주에게 사랑을 느낀다. 그러나 함께 간 탐사대원이 아틀란티스의 생명의 근원인 수정을 노린 악당으로 밝혀지고 마일로는 이들에 맞서 아틀란티스와 위험에 빠진 공주를 구한다.
그러나 내용중 수천년간 심해에서 살아온 아틀란티스 사람들이 현대어인 영어와 불어까지 능숙하게 구사할 줄 알면서도 정작 자신들의 문자는 읽지 못해 언어학자인 주인공 마일로에게 의존한다는 설정은 설득력이 한참 떨어진다.
이 영화가 기존 디즈니물과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중 하나는 달라진 그림이다. 디즈니는 ‘아틀란티스’를 위해 만화가 마이크 미그놀라와 손을 잡았다. 미그놀라는 액션 어드벤처라는 이미지에 맞춰 손으로 그린 듯한 거친 느낌을 살리고 캐릭터의 얼굴도 각지고 투박하게 그려냈다. ‘아틀란티스’는 ‘디즈니영화’가 아니라 ‘디즈놀라 영화’인 셈. 다만, 3D를 이용한 아틀란티스제국의 전경이나 잠수함 율리시즈, 바다괴물 등 몇몇 장면의 웅장함은 눈길을 사로 잡는다.
전체적으로 이 영화는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하다. 그러나 ‘슈렉’ ‘파이널 환타지’등 완성도 높은 3D영화와 실사에 가까운 현란한 애니메이션에 눈이 익숙해진 성인 관객에게는 얼마나 호평을 받을지 미지수.
결국 ‘동화’와 ‘뮤지컬’을 버리고 디즈니가 얻은 것은 ‘해저 문명으로 간 인디애나 존스’인 셈. 잃은 것은? 마음을 훈훈하게 해주며 미소 짓게 만드는 ‘디즈니적’ 감동. 이 영화에서 주인공 마일로는 전설의 제국 아틀란티스를 찾았지만, 디즈니는 대중의 마음을 꿰뚫는 흥행감각을 잃어버렸다. 14일 개봉.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