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행차도 교통신호를 지켜라.”
러시아 하원이 대통령 등 고위 관료가 차량을 이용해 이동할 때 교통 통제를 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4일 채택했다.
의원들은 결의안에서 “경호상의 이유로 교통을 차단하고 일반 자동차의 운행을 막을 경우 국민에게 불편을 주기 때문에 이 같은 관행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영화 감독 출신인 스타니슬라프 고보루힌 의원이 주도한 이 결의안은 262명의 의원이 찬성하고 반대는 1표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큰 공감을 얻었다.
그동안 대통령 등 고위 관리들이 출퇴근 등을 위해 차량으로 움직일 때마다 오랫동안 주변 도로를 차단하는 바람에 운전자와 시민의 불편이 컸을 뿐만 아니라 심한 교통체증까지 초래해 왔다.
이에 대해 크렘린 당국은 “요인 전용 차량은 시속 140㎞ 이상으로 달려야 안전하다”며 경호를 위해 교통 통제가 불가피하다고 항변하고 있다. 이 정도 속도라야 아무리 능숙한 저격수라도 목표물을 맞히기 힘들다는 것.
하원 결의안이 비록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국민의 대표기관이 합의를 통해 내놓은 것이라 대통령이라도 함부로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앞으로 요인 행차를 위한 교통 통제를 놓고 상당한 마찰이 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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