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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황장엽씨 미국 가게 하라

입력 | 2001-07-05 18:48:00


황장엽(黃長燁)씨의 미국방문문제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으나 우리는 한마디로 황씨의 방미(訪美)가 본인이 원하는 대로 성사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황씨 자신도 미국방문을 바라고 있고 황씨를 초청하려는 미 의회측도 신변안전에 대해 확실한 언질을 주고 있는 만큼 더 이상 그의 방미를 막을 명분이 없다.

정부는 미 행정부가 황씨의 신변안전에 대한 보장을 해주지 않는 한 그의 방미는 어렵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부의 그 같은 입장 표명은 황씨의 신변안전보다 그의 북한에 대한 증언이 미국 조야나 남북한 관계에 미칠 파장을 더 우려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황씨의 방미가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김 위원장의 답방전에는 정부가 절대로 황씨의 출국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정부의 생각이 그렇다면 그것은 지나치게 근시안적인 판단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황씨가 미 의회에 가서 북한의 실상을 상세히 증언하고 그 증언으로 미국내의 대북(對北) 강경세력들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질 수는 있다. 또 북-미(北-美)관계와 남북한관계에 얼마간 마찰음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좀 더 먼 장래를 내다볼 때 그것이 한반도 주변정세에 부정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황씨의 미 의회증언은 국제사회가 북한의 실상에 더욱 가깝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북한과 맺고 있는 쌍무관계나 다자관계를 건전하게 유지할 수 있는 판단자료를 제공해 줄 것이 틀림없다. 국제사회가 황씨의 증언을 주목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당장 북한정권의 심사를 건드린다고 해서 황씨의 증언을 막는다면 국제사회는 우리를 어떻게 볼 것인가.

이미 99년 4월에도 탈북자 3명이 미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북한의 인권실태에 대한 증언을 한 적이 있다. 정부가 지금 와서 황씨에 대한 미 행정부의 신변안전 각서를 방미 조건으로 내세워 시간을 끄는 것은 그의 의회 증언을 막으려는 소극적 태도로 비칠 뿐이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도 3월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황씨의 방미는 신변안전만 보장되면 가능하다고 했고 미 의회측도 신변안전에 대해서는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이제는 정부가 황씨의 의회증언이 성사되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