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으로 연기됐던 코파 아메리카(남미축구선수권대회)가 다시 당초 예정대로 11일부터 열리게 됐지만 파행 운영을 면치 못하게 됐다.
남미축구연맹(CONMEBOL)은 7일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에서 긴급 회의를 갖고 개최국 콜롬비아의 불안한 치안 문제로 연기했던 코파 아메리카를 예정대로 열기로 다시 결정했다. 대회 연기로 큰 손실을 보게 된 스폰서 기업들이 소송을 거론하며 CONMEBOL을 압박한 데 따른 결과.
문제는 대회 수준 저하다. 2002월드컵 남미지역 예선 선두를 달리고 있는 최강 아르헨티나가 “앞서 대회가 연기되는 바람에 선수들을 모두 휴가 보냈다”며 참가를 포기했다. 특별 초청국인 캐나다도 “대회 일정 번복으로 준비할 시간 여유가 없다”고 불참을 통보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브라질 출신 지오바네 엘버와 페루 출신 클라우디오 피자로를 보유하고 있는 독일 프로축구 바이에른 뮌헨은 8일 “돈 때문에 대회를 강행하기로 한 상황에서 우리 선수들의 차출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언했고 바이에르 레버쿠젠도 “브라질 대표 루시우를 내줄 수 없다”고 단호한 방침을 표명했다.
브라질 대표팀도 대회에 참가는 하지만 자국 경찰이 콜롬비아 현지에서 직접 선수 경호에 나서기로 하는 등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코스타리카가 캐나다를 대신해 대회에 참가하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하고 있는 게 위안거리지만 CONMEBOL로서는 사상 최악의 대회를 돈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치러야 할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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