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여당 지구당 위원장 조모씨가 원지동 일대 1만여평의 땅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제2화장장 부지로 유력시되고 있는 서초구 원지동에 서울시의원 출신인 현직 여당 지구당 부위원장이 대규모의 땅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동아일보 취재진은 8일 민주당 이 지역 지구당 부위원장 조모씨(57)가 화장장 후보지로 적시된 원지동 산83의1의 3586평을 비롯해 이 일대에 모두 1만평 정도의 땅을 소유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서울시가 이 지역에 추진 중인 5만여평 규모 추모공원 부지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조씨는 현재 산83의1 외에도 산72의 4391평 등 모두 4곳에 땅을 소유하고 있으며 특히 78의4와 78의9 등 2곳 1213평의 땅은 서울시의원으로 재직(95∼98년)하던 98년 초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는 97년 2월 장묘시설 확충방안에 대해 시정개발연구원에 연구용역을 맡긴 것을 시작으로 98년 추모공원건립추진전담팀을 구성, 본격적인 조사작업에 들어가 서초구 원지동을 포함한 13개 후보지역을 잠정 선정했다.
한 주민은 “조씨가 땅을 구입한 뒤 서울시 고위간부를 찾아가 ‘화장장을 유치할 테니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해 달라’고 요구한 사실을 당시 함께 간 주민이 털어놓았다”고 말했다. 또 주민들을 대상으로 이 지역에 화장장을 세우는 것이 좋겠다고 설득해 왔다고 주민들은 말했다.
조씨는 현재 이 일대에서 부동산업과 식당업을 하고 있다.
조씨는 또 지난해부터 자신이 소유한 수천평의 임야에 잡목을 베어내고 보상가가 10여만원에 이르는 높이 1m 안팎의 주목 3만여 그루를 집중적으로 심어온 사실이 밝혀졌다.
주민 김모씨는 “주위사람들이 이를 이상하게 여기자 ‘나중에 보상을 많이 받기 위해서는 값나가는 묘목을 많이 심어놓으라’고 했다”고 말했다.
현재 그린벨트로 묶여 있는 이 지역의 토지 가격은 평당 30만∼100만원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들어 부동산 거래가 거의 끊긴 상태인데 부동산 전문가들은 화장장이 들어설 경우 땅 소유주들이 적지 않은 이익을 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린벨트로 묶여 재산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던 땅을 서울시에 팔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화장장 부지로 편입되지 않은 땅의 경우 그린벨트 해제에 따른 땅값 상승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조씨는 “원지동에 화장장이 들어선다는 것을 미리 알지 못했다”며 “83번지 일대의 땅은 80년대 초 법원 경매를 통해 구매한 것으로 팔리지 않아 갖고 있었으며 나머지도 다른 곳에 소유하고 있던 땅을 판 돈으로 98년 구입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화장장 유치와 관련해 “시의원 때부터 화장장이 들어오면 지역발전에 득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을 한 적은 있지만 이를 위해 시에 로비를 한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yc9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