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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새 음반 '육감' 낸 이윤정 "이제 대중과 타협"

입력 | 2001-07-08 18:43:00


‘삐삐밴드’의 보컬 출신 이윤정(24). 1995년 데뷔했을 때 그는 ‘통제 불가능’으로 통했다. 천방지축의 무대 퍼포먼스와 도발적 자기 주장, 빨간 머리와 원색의 패션. 이 모든 게 가요계에서는 ‘반란’이었고 이윤정은 그 전위대였다.

‘삐삐밴드’는 10개월만에 음반 두 장을 내고 해체돼 그 반란은 미완성으로 그쳤지만 이윤정의 목소리는 여전히 강렬한 메아리로 남아 있다. 사실 당시의 이윤정은 20세기말 국내 엽기 열풍의 원조라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그런데 그가 최근 섹시하고 대중적인 댄스곡 음반 ‘육감(六感)’을 발표해 화제다. 1998년 솔로 1집 ‘진화’ 발표 후 영국으로 패션 공부를 하러 떠난 지 3년만의 일이다.

타이틀곡 ‘시듀스(Seduce·유혹하다)’는 예전 이윤정의 노래가 아니다. 음색은 다르지 않지만 노래는 신나고 부담 없는 댄스곡이다. 가사는 자신이 직접 썼고 곡은 인기 작곡가 윤일상의 작품이다.

“타협했어요. 내가 영원히 하고 싶은 음악을 위해 순간의 고집을 꺾었어요. 음악을 하려면 대중의 인지도가 필요하니까요.”

‘시듀스’는 댄스곡의 흥행 문법에 충실한 노래다. 신나는 라틴 리듬과 감칠맛 나는 이윤정의 보컬 등. TV 무대에서도 ‘야한’ 안무와 패션을 선보이고 있다.

이윤정과 여성스러운 섹시함. 과거 이윤정을 기억하는 팬들은 이질적인 두 요소의 충돌로 받아들일 만하다.

가사는 엉뚱하게도 외계인이 지구인을 유혹하는 뜻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가사에 그럴 만한 단어가 하나도 없지만 그는 “하여튼 나는 외계인이 지구인을 꼬셔 뭔가를 주입시키는 것을 상상하고 가사를 썼다”고 말한다. 공상 과학(SF)이야기는 국내 테크노음악의 선두 반열에 꼽히는 그의 솔로 1집 ‘진화’의 주제이기도 하다.

솔로 2집 ‘육감’은 이윤정의 말대로 ‘타협’의 자국이 선명하다. 수록곡 ‘콜 미(Call Me)’ ‘파라다이스’ ‘가까이 더 다가와’ 등은 힙합과 랩을 가미한 노래로 친숙하게 들린다. ‘어제 이 시간’ ‘우울한 편지’ 등 두 곡은 예쁘기까지 한 발라드다. 이윤정의 옛 모습이 남아 있는 노래는 45자의 짧은 가사가 테크노 리듬을 타고 반복되는 ‘통제가 안 돼’와 괴기스런 분위기의 ‘오시려나’ 정도.

음반 타이틀 ‘육감’은 “또 다른 여섯 번째 감각이 하나의 결정체인 음반으로 맺어졌다”는 뜻이라고 설명한다.

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