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韓-日 '미래 파트너십' 역사왜곡에 좌초위기

입력 | 2001-07-09 18:33:00


일본 정부가 역사교과서 왜곡내용을 수정하라는 우리 정부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함으로써 미래를 지향한다는 ‘신(新) 한일관계’가 충돌 위기로 치닫고 있다. 특히 대일관계는 역대 어느 정권보다도 미래지향적이고 우호적이라는 평을 들어온 정부의 입장이 난처해 졌다.

정부는 98년 10월 한일 두 정상이 서명한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바탕으로 ‘한일관계’라는 나무에서 ‘교과서 문제’라는 썩은 가지만 쳐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었다.

정부가 그동안 “교과서 왜곡문제는 한일관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누누이 강조하면서도 “한일관계에 ‘교과서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해 온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였다.

▼관련기사▼

- 日문화 개방연기 검토
- 정부는 3개월간 뭐 했나
- 여야 단호한 대응 촉구
- 정부대응과 효과
- 정부 활동 주요 일지

정부는 일본측의 수정 거부가 ‘한일 공동선언’의 정신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일 공동선언’의 기초는 95년 8월 15일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의 ‘전후 50주년 특별담화’이다. 일본측의 수정 거부는 이런 담화를 무색케 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이를 미화 또는 합리화한 우익교과서의 출판을 사실상 방치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일본이 젊은 세대 교육에 대한 한일공동선언의 약속을 배반했다”며 “이번 일로 일본은 나라의 신뢰성을 상당히 잃었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일본측의 분위기로 보아 한일관계가 당분간 좋아질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데 있다. 일본측이 우리측 수정 요구를 거부한 것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외교역량 부족과 급변하고 있는 일본 정국에도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교과서 파문과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문제 등과 관련해 일본 내에서조차 “고이즈미 총리가 소신만을 앞세워 국익을 해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실정이다.

일본 국내 정국은 29일 치러지는 참의원선거로 정신이 없다. 8월 말로 예정된 2002회계연도 예산편성지침 발표 때는 개혁방안을둘러싸고 자민당 내 주류파와 비주류파가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9월에는 자민당총재선거가 예정돼 있다.

일본 정계에서 한국측의 주장을 심각하게 고려할 만한 의지도 없지만 그럴만한 여유도 없는 셈이다.

한일 양국은 격년으로 양국 수뇌가 상대방 국가를 방문하도록 되어 있다. 올해는 일본 총리가 한국을 방문할 차례다. 그러나 현재의 악화된 분위기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이로 인해 향후 파고가 높아질 한일관계의 장래는 현재로서는 가늠하기조차 어려워 보인다.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