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보위의 한나라당 강창성(姜昌成) 김기춘(金淇春) 이재오(李在五) 이윤성(李允盛) 의원은 9일 국가정보원을 방문해 황장엽(黃長燁) 전 북한노동당 비서와의 면담을 시도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신건(辛建) 국정원장 등 간부들은 의원들에게 “황씨가 지금 안가에서 외출해 만날 수 없다”고 말했다. 의원들은 대신 황씨의 비서격인 김덕홍(金德弘)씨와 30분 가량 전화 통화를 했다.
국정원측은 브리핑에서 “황씨의 신변안전 문제 등을 한미간에 협의하고 있으며, 모든 걱정이 해결된다면 미국 방문이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고 의원들은 전했다.
국정원측은 또 “정부가 황씨의 방미를 완강히 막고 있는 것은 아니며, 미국측에 신변안전 보장을 요구했는데 약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황씨의 망명 가능성에 대해선 “황씨가 죽어도 조국에서 죽겠다고 했다”며 일축했다. 다음은 의원들과 김덕홍씨와의 통화 내용.
-미국에 가려는 이유는 뭔가.
“클린턴 정부 8년은 대북정책에 완전히 실패했다. 조지 W 부시 정부가 클린턴 정부와 같은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북한의 실상을 제대로 알릴 생각이다. 미국이 대(對) 북한 전략을 제대로 세우는 것이 한국에 중요하다. 그것만이 자유민주주의의 혼돈된 중심축을 바로 세울 수 있다.”
-연금설도 있는데….
“한국 국민으로서 권리와 의무를 다하는 위치에 있지는 않다. 그러나 종전처럼 보호받고 최소한의 자유를 누리고 있어 연금이나 억류라고 표현하는 것은 맞지 않다.”
-앞으로 어떻게 할건가.
“꼭 미국에 가겠다. 한국과 미국이 합의해 못 가게 되면 따르겠지만 한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가지 못하게 하면 중요한 결심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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