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때로 마술처럼 사람을 변하게 만든다던가.
프랑스 영화 ‘타인의 취향’은 마술처럼 다가오는 사랑의 묘한 힘을 보여주는 로맨틱 코미디다. 그 마술에 걸리는 주인공은 아내 앙젤리크(크리스티안느 밀레)의 까탈스러움과 일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주로 먹는 것으로 해결하는 중소기업 사장 카스텔라(장 피에르 바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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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여유를 상징하듯 약간 불룩하게 나온 배와 벗겨진 머리, 만만치 않은 무식함으로 뭉쳐진 카스텔라는 로맨틱한 사랑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가여운’ 카스텔라는 어느 날 조카의 연극 공연을 보러 갔다가 배우 클라라(안느 알바로)에게 홀딱 빠져버린다. 그가 가엾다는 것은 당연히 그의 사랑이 험난한 짝사랑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카스텔라가 한 여성을 사랑하면서 겪는 변화를 섬세하게 그렸다. 카스텔라는 “콧수염이 싫다”는 클라라의 말에 애지중지하던 콧수염을 깎아버리는가 하면 연극인 모임에 기웃거려 수모를 당하기도 한다.
그러나 가난하지만 자존심 강한 클라라는 “난 아무하고나 잘 수 없어. 사랑해야지”라며 카스텔라의 구애에 눈도 끔쩍하지 않는다.
이 작품은 두 주인공 외에도 사랑의 취향이 다른 인물들을 통해 이 알쏠당쏭한 원초적 감정, 사랑을 여러 색깔로 그려낸다.
프랑크(제라르 랑뱅)와 브루노(알랭 샤바)는 각각 카스텔라의 보디가드와 앙젤리크의 운전기사. 프랑크는 평생 300여명의 여자와 잤지만 실연이 두려워 진정한 사랑을 회피하는 반면 브루노는 약혼녀가 배신하자 실연의 아픔을 악기 연주로 달랜다.
카페 여종업원 마니(아네스 자우이)는 10년 만에 우연히 재회한 브루노와 동침하지만 다시 그의 동료 프랑크와 사귀는 자유분방한 여성이다. 이 작품은 마니로 출연한 자우이의 감독 데뷔작이기도 하다.
영화는 시종일관 사랑으로 고민하는 중년을 다루고 있지만 무겁거나 칙칙하지 않다. 사랑의 아픔은 웃음으로 포장되고, 사랑의 엇갈림은 상대방의 ‘취향’으로 존중된다. 이 같은 감정의 절제야말로 이 영화를 진부하지 않게 만드는 진정한 매력이다.
87년 연극계에서 만나 영화까지 15년째 함께 작업 중인 바크리와 자우이 역시 ‘타인의 취향’을 존중해 성공한 인물 아닐까. 두 사람은 이번 작품에서 공동으로 각본을 집필했고 연기에서도 안성맞춤의 연기력을 보여줬다.
올해 프랑스의 아카데미로 불리는 세자르 상 작품, 각본, 여우조연상(아네스 자우이) 수상작이자 올해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작. 15세 이상 관람 가. 14일 개봉.
g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