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 지금이나 度量衡(도량형)은 문화발전의 尺度(척도) 역할을 한다. 지금은 머리카락 굵기의 수 만분의 1까지 쪼개는 시대가 되었지만 어디 옛날이야 그랬는가. 時間만 해도 그렇다. 우리나 中國이나 그리 따지지 않았다. 世宗大王의 재위연도를 대강이나마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으며 그저 ‘朝鮮時代 때’다. 해 뜨면 나가 일하고 해 지면 돌아와 쉬던 때 시간이 뭐 그리 중요했겠는가. 그저 四時에다 節候(절후)만 알아도 충분했는데….
그러나 좀 안다는 집안에서는 그래도 이보다는 조금 더 나눌 줄 알았다. 年月日時가 그것이다. 그나마 지금처럼 아라비아 숫자로 기록했던 것이 아니라 干支(간지)로 기록했으므로 허술하기 그지없었다.
干支에 대해서는 이미 소개했거니와(2000년 3월 8일자 ‘干支’) 甲子, 乙丑, 丙寅 등처럼 天干과 地支를 순차적으로 조합, 배열하여 사용했으므로 60년마다 동일한 干支를 되풀이해야 했다(回甲).
이런 方式으로 年月日時를 표기하면 도합 4개의 干支가 필요하게 되는데 그것이 ‘四柱’(사주)며 柱마다 각기 2자씩 사용되었으므로 도합 여덟 자, 그것이 이른바 ‘八字’라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八字란 자신이 태어난 年月日時일 뿐이다.
그것이 중시되었던 까닭은 중국 사람들 특유의 時間觀念 때문이다. 그들은 時間을 公的인 時間과 私的인 時間으로 나누었다. 즉 前者는 宇宙(우주) 중에 부단히 흐르고 있는 시간으로서 일명 ‘天時’라고 했으며 後者는 개인이 가지고 있는 시간, 곧 八字다. 지난 번 風水에서도 설명했듯 ‘調和’를 중시했던 그들은 私的인 시간 역시 公的인 시간에 調和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선택이 가능했던 風水와는 달리 八字는 改造나 선택이 아예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八字 탓’은 그래서 나온다. 그러나 지금은 八字를 얼마든지 고치는 사람도 많다. 산부인과 의사들이다.
風水의 미신성에 대해서는 이미 설명했다. 明나라 初의 大臣 劉基(유기·1311∼1375)는 風水와 八字術에 뛰어났다. 한 번은 太祖 朱元璋(주원장)이 密旨(밀지)를 내려 자신과 八字가 똑같은 사람을 뽑도록 했다. 모두 세 사람이 선발되었는데 각기 중과 거간꾼, 거지였다. 그래서 물었다.
‘卿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고?’
‘….’
八字, 믿어야 할 것인가, 말아야 할 것인가.
鄭 錫 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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