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휴가철이 시작된다. 이제 전국의 좋다는 곳은 몰려드는 사람들로 미어질 것이다. 여행을 좋아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나는 매년 한적하고 느긋한 휴가를 즐겨온 터라, 휴가를 다녀오면 오히려 더 피로하다는 사람들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휴가의 목적과 본질을 이해하고 이제는 휴가문화도 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늘 갖고 있다.
그러나 자고 새면 새로운 기술이 쏟아져 나오는 디지털 시대에도 휴가문화는 1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큰 변화가 없는 것 같다. 물론 변화의 작은 움직임은 있지만 주류가 아닌지라, 바람직한 휴가문화가 정착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몇 가지 개인적인 생각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특정한 시기에 한꺼번에 몰리는 ‘반짝 휴가’를 연중 4계절에 걸쳐 분산시켜 ‘휴가철’하면 ‘어느 시기’라고 떠올리는 연상이 사라졌으면 한다. 최근의 한 조사결과를 보면 7월 하순에서 8월 초에 휴가를 떠나겠다고 응답한 사람이 대다수를 차지했다고 한다.
조사결과를 놓고 따지지 않더라도 이러한 경향은 해마다 그래 왔고 올해도 역시 예상대로였다. 한정된 도로에, 한정된 수용시설에 너무나 많은 사람이 몰려가니 부작용이 하나 둘이 아닌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우선 휴가를 떠나고 돌아오는 도로가 ‘고생길’로 변하고 숙박업소도 손님에 대한 서비스는 고사하고 웃돈을 준다고 해도 방이 없다는 데야 어쩔 것인가. 휴가지는 수많은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식당의 음식은 평소보다 얼마나 비싼가. 돈을 주고 먹는 데도 식당 종업원과 주인으로부터 서비스 하나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배가 고파 음식을 먹기는 하지만 슬그머니 부아가 치미는 경험을 해보지 않은 사람도 별로 없을 것이다. 이쯤이면 주객이 뒤바뀌어도 이만 저만이 아니다.
그러나 이 모두가 특정 시기에 ‘준비 땅’하고 몰려간 데서 오는 값비싼 대가이다. 서비스의 품질과 휴가지 환경은 찾는 사람들이 연중 꾸준히 지속될 때 비로소 개선될 수 있다. 1년에 한번 찾아오는 손님은 현지 업자들에게는 일시적인 손님일 뿐이다. 그러나 입 소문으로 얼마 뒤에 다른 손님이 찾아오고 다시 소개받은 손님이 찾아온다면 현지의 서비스 업체들은 그들의 이익과 자신들의 존립을 위해서라도 운영방식과 마음가짐을 달리하게 될 것이다.
때로는 자녀들의 방학 시기에 맞추다 보니 특정한 시기에 몰린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아이들의 방학이 7월 말∼8월 초는 아니지 않은가. 게다가 우리의 스트레스라는 게 어디 7월 말∼8월 초에만 집중되는 것인가. 보다 경제적인 비용으로 쾌적한 휴가를 즐기겠다면 부디 이 시기는 피할 일이다.
둘째, 보통 여름 휴가를 혼자 떠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가족이나 친구, 혹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그동안 눈을 맞추고 대화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한 미안한 마음에 마음먹고 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는 마음으로 여행가방을 꾸린다. 그러나 북새통 휴가지에서 얼마나 마음을 나눌 것이며 따뜻한 이야기가 오갈 것인가. 시간과 공간을 함께 하자며 떠난 여행이 과연 그렇게 되었는지 의문이다.
셋째, 진정한 휴가의 의미를 몸으로 느꼈으면 한다. 여행의 궁극적인 콘텐츠는 일상에서 잠시 떠나 몸과 마음을 푹 쉬게 하여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돌아와서는 각자의 자리에서 더욱 열심으로 일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그러나 무리를 지어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면 떠나기 전보다 심신이 더 지치게 마련이어서, 돌아와서 곧 바로 일에 매진하기는커녕 ‘휴가 후유증’으로 몇 날을 다시 허비하는 사람도 많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결국 재충전을 통해 효과적인 재생산을 위한 휴가의 취지가 무색하게 매우 비생산적인 시간 낭비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이는 물론 진정한 휴가의 의미를 몸으로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비워야 채울 수 있다. 켜켜이 쌓인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뭉친 근육을 이완시켜야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싹 틔울 수 있고 새로운 발걸음을 힘차게 내디딜 수 있다. 휴가를 진정으로 즐기고 싶다면 부디 진짜 재충전의 기회를 경험해 보기 바란다.
강문숙(미국 메사추세츠주 관광청 한국사무소장·맥스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