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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원합니다]'눈물관 막힘증' 임정현씨

입력 | 2001-07-10 18:36:00


“수시로 흘러내리는 눈물 때문에 고역이었죠. 일찍 치료를 받았다면 괜한 고생을 덜 수 있었을텐데….”

10일 오전 고려대 의대 구로병원 안과 병동. 퇴원 준비를 하던 임정현씨(32·제주시 일도2동)는 신기한 듯 거울로 자신의 눈 주변 수술 부위를 꼼꼼히 살폈다.

제주에서 부모님과 함께 가게를 운영중인 임씨는 어릴 때부터 오른쪽 눈에서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흘러내려 ‘눈물보’라는 별명을 얻었다.

임씨는별 다른 통증이없어체질탓으로여기고무심코지나쳤다.

그러나 갈수록 증세는 더욱 심해졌다. 바람이 많이 부는 가을이나 겨울철에는 눈물 때문에 외출을 삼가해야 할 정도까지 됐다. 또 바깥에 나갈 때는 항상 2개 이상의 손수건을 준비해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내야 했다.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많았다. 친구들과 회식을 할 때면 고기를 굽는 연기를 이리 저리 피해다니느라 진땀을 흘렸다. 또 하품을 한 뒤 쉴새없이 눈물이 흘러 주위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기 일쑤였다.

피부 질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개인 병원을 찾았지만 원인을 찾지 못했다. 최근 잦은 염증이 생기면서 눈물과 함께 고름까지 흘러나오자 결국 서울의 종합 병원을 찾아 정밀 검진을 받았다.

검사 결과 진단은 ‘눈물관 막힘증’. 눈물샘과 콧 속을 연결하는 미세한 눈물관이 막힌 것이 원인이었다.

전신 마취를 한 뒤 1시간에 걸쳐 내시경 레이저로 막힌 눈물관 대신 새로운 눈물관을 뚫는 수술을 받았다. 번거롭지만 수술 뒤에도 6개월간은 정기적으로 통원 치료를 받아야 완치할 수 있다.

“더 이상 ‘쓸데없는’ 눈물로 오해받는 경우는 없겠죠. 아무리 가벼운 질환이라도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ysh1005@donga.com

◇주치의 한마디 "코 내시경으로 수술…성공률 95%"

정상인의 경우 눈물주머니에서 만들어진 눈물은 콧 속으로 연결된 눈물관을 통해 체내로 흡수된다. ‘눈물관 막힘증’의 경우 눈물관이 막혀 눈물이 쉴새없이 바깥으로 흘러내리게 된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성인은 주로 눈물샘에 염증이 생기면서, 어린이는 선천적으로 눈물관이 막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40∼50대 중년 여성들이 전체 환자의 80%를 차지한다.

항상 눈에 눈물이 고여있거나 심할 경우 눈물이 계속 흘러내리는 것이 전형적인 증세. 특히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증세가 급격히 심해진다.

또 눈곱이 많이 끼고 막힌 눈물관 주변에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침입해 결막염 등 염증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치료는 크게 수술적 요법과 비수술적 요법으로 나눌 수 있다.

비수술적 요법은 수은으로 된 미세한 관을 코를 통해 밀어넣어 좁아진 눈물관을 넓히는 ‘눈물관 탐침법’이 있다. 그러나 시술 대상은 증세가 가볍거나 어린 환자로 제한된다. 재발률이 높고 자주 시술할 경우 상처가 생길 가능성이 높은 것이 단점.

수술 요법은 막힌 눈물관에 미세한 스프링을 넣어서 ‘길’을 넓혀주거나 새로운 눈물관을 만드는 방법 등 2가지.

최근에는 코 내시경을 이용한 레이저 수술이 도입돼 피부를 절개하지 않고 짧은 시간에 뛰어난 치료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수술 성공률은 90∼95% 정도.

수술 뒤 재발을 막기 위해 첫 한달간은 매주 한 차례씩, 이후 4∼5개월은 2주에 한번씩 통원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이태수(고려대 의대 구로병원 안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