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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명동사채 시장 '정보의 문' 인터넷이 연다

입력 | 2001-07-10 18:36:00


서울 명동의 사채시장은 비밀스러운 곳이다. 정보는 은밀하게 흐른다. 외부의 발길에도 무척 민감하게 반응한다. 한마디로 닫혀있는 공간이다. 인터넷에서도 그곳은 닫혀 있을까.

중앙인터빌(www.interbill.co.kr) 최용근 사장(57)은 명동 사채시장의 정보를 인터넷에 접목시키려고 시도해 주목받고 있다.

특정 기업의 자금사정에 관한 명동사채시장의 정보는 증권가보다 한발 빠르고 정확할 때가 많다. 최사장의 설명은 이렇다.

“어음을 마지막으로 받은 사람은 어음을 은행 지점에 갖다주고 결제를 받기 때문에 자금사정에 관한 정보가 빠를 수 밖에 없습니다. 특정 기업의 어음에 연장이 걸리면(결제가 늦어지면) 그만큼 자금사정이 안좋다는 신호입니다. 해당기업과 은행은 쉬쉬하지만 어음중개업자들 사이에서는 금방 소문이 나고 금리가 치솟는 겁니다.”

실제로 올해 부도가 난 H, K, L사 등은 부도가 나기 몇 개월전부터 명동사채시장에서 어음할인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특정기업에 대해 왜곡 과장된 정보가 만들어져 금융당국이 단속에 나서는 일도 있지만 증권가보다는 그 정도가 심하지 않다.

다만 명동사채시장의 정보는 전화를 통해 아는 사람들끼리만 은밀히 주고받기 때문에 증권가 정보와는 달리 일반인들이 접근하기가 어렵다. 이같은 은밀함 때문에 명동사채시장에서 어음을 할인해가는 기업들도 어느 정도 금리가 과연 공정한지를 알아보기가 쉽지 않았다.

최사장은 인터넷을 활용해 이 두 개의 벽을 허무는 중이다.

최사장은 1978년부터 명동에서 부동산과 어음 중개업을 하면서 구축한 수백개 네트워크를 통해 어음금리정보를 수집, 웹사이트에서 유료로 제공하고 있다. “명동일대의 어음할인 중개업자가 1000명을 넘는다. 모든 금리 정보가 수집되는 것은 아니지만 동향을 알기에는 충분하다”고 최사장은 말했다. 현재 중앙인터빌 사이트에 올라있는 어음할인금리 정보는 6600여개. 최사장은 “웹사이트에 공개된 금리를 참고하면 거래를 해서 손해를 보는 사례를 크게 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사장은 전북대 농경제학과를 중퇴하는 등 젊은 시절에는 정보기술(IT)과 인연이 없었다. 1994년부터 2년간 소프트웨어 판매회사를 운영하면서 준전문가가 됐다. 그는 신용금고업계의 여신담당자 등 300여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한국기업가치평가사협회 회장도 맡고 있다.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