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의 부상으로 방망이를 놓았던 ‘헤라클레스’ 심정수(26·현대). 그가 ‘흑기사’로 변신해 그라운드로 컴백했다.
7일 대구 삼성-현대전 9회. 팬들은 두 번 놀랐다. 6월5일 수원 롯데전에서 롯데 투수 강민영의 공에 얼굴을 정통으로 맞아 그라운드에 쓰러졌던 심정수가 불과 한달여 만에 타석에 들어선 게 첫번째.
다음으로 놀란 것은 그가 쓰고 나온 헬멧이었다. 귀 보호대 옆에 왼쪽 얼굴을 절반이나 가리는 또 다른 보호대가 장착된 특수 헬멧. 현대 염경엽 2군 매니저가 심정수를 위해 밤을 새워가며 만들었다는 이 헬멧은 마치 중세시대의 투사가 쓰는 ‘투구’와 비슷했다.
하지만 심정수가 진짜로 팬들을 놀라게 한 것은 다음날 경기에서였다. 스타팅으로 나선 그는 2-2로 팽팽하게 맞선 9회 삼성 리베라로부터 좌측 담을 넘는 결승 2점홈런을 날려 현대의 ‘대구 3연전 싹쓸이’의 대미를 장식했다. 부상 복귀 후 때려낸 첫 안타가 결승홈런.
경기를 끝낸 뒤 들뜬 표정의 심정수는 홈런을 쳐서 기쁜 게 아니라고 했다. 그는 “아무도 예상 못할 정도로 이른 시간 안에 그라운드로 복귀했다는 사실이 너무 뿌듯하다”고 밝혔다.
사실 심정수가 지난달 광대뼈 골절부상을 할 때만 해도 ‘전반기 출장 불가’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수술 후 치료기간에다 공포감 극복까지 두 달 이상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
하지만 심정수는 32일 만에 극복해냈다. 마침 그의 복귀 타이밍도 팀 주포 박재홍이 허리통증으로 1군에서 빠진 상태라 절묘했다.
부상 전까지 타율 0.294(197타수 58안타)에 38타점으로 중심타자 몫을 제대로 해냈던 심정수는 “부상당한 동안 팀 성적이 좋아 다행이다. 홀가분한 마음가짐으로 팀에 봉사할 생각”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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