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아사히 요미우리 등 주요 신문은 10일 역사 교과서 문제와 관련해 일제히 사설을 싣고 ‘현 검정제도 안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문부과학성의 견해를 두둔했다. 그간 역사 왜곡 교과서를 펴낸 세력을 두둔해온 산케이신문이나 요미우리신문은 물론 다소 비판적이었던 아사히신문, 마이니치신문조차 ‘현실 불가피론’을 폈다.
아사히신문은 “현 검정제도 아래서는 수정에 한계가 있다”면서 “이미 교육위원회의 교과서 선정작업이 시작된 상태에서 또 다시 수정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마이니치도 “한국과 중국이 납득하기 어려울지 모르나 현 검정제도에서 문부성이 이 이상 일을 처리하기는 어렵다”고 비슷한 주장을 폈다. 또 요미우리는 “문부성은 그동안 다수의 외부 전문가 의견을 듣는 등 두 나라를 위해 최대한 배려를 했는데 이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하면서 “일본 정부는 앞으로 한중 두 나라의 요구에 정치적 타협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산케이는 “한국과 중국의 수정요구는 애당초 일본의 주권에 대한 내정간섭이었다”며 재수정 거부를 환영했다.
영국의 BBC방송은 9일 “일본의 역사교과서가 비평가들로부터 일본의 전시 잔학행위를 은폐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 “군위안부 문제가 언급조차 되지 않은 데 대해 한국측이 분노하고 있어 내년 월드컵을 공동개최하고 상호교역이 활발한 양국간에 불화가 빚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10일 1면 주요 기사로 교과서 문제를 보도하면서 “일본측의 교과서 재수정 거부로 한국과 일본 사이에 반세기 넘게 곪아온 악감정이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취임 초기 어려움을 감수하면서 일본 문화 개방 등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물꼬를 텄으나 이번 파문으로 한국의 대일 개방정책이 반일정책으로 반전될 것이라는 우려가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10일자에서 도쿄(東京)발 기사로 교과서 파문을 상세히 전하면서 “한국과 중국이 가장 분노하는 것은 20세기 전반부 일본의 팽창주의에 기인한 식민지배와 군위안부 등 가장 중요하고 깊은 상처를 남긴 사실을 교과서에서 언급하지 않은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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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성, 교과서 수정요구 성실히 검토안해"▼
“문부성이 한국측 요구를 성실하게 검토하지 않았다는 증거 밖에 안된다.”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집필한 후소샤(扶桑社)의 중학교 역사교과서 채택반대 운동에 앞장서온 일본 역사교육자협의회 이시야마 히사오(石山久男·사진)사무국장은 10일 일본 정부의 재수정 거부를 비판했다.
그는 “문부성의 교과용 도서 검정조사위원회 위원들을 중심으로 재수정 요구를 검토한 것 자체가 문제”라며 “자신들이 검정에 합격시킨 교과서에 누가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시야마 사무국장은 문부성이 역사학자 등 외부 전문가 의견도 들었다고 밝힌데 대해 “모임측 교과서에 반대하는 학자들의 의견을 들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문부성이 ‘일본 국내 학설에 비추어 명백한 오류라고 볼 수 없다’며 수정을 거부한데 대해 “여러가지 학설을 자신들에게만 유리하게 해석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이시야마 사무국장은 교과서 파동의 근본 원인은 문부성이 모임측 교과서를 합격시킨 데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부성이 처음부터 모임측 교과서의 문제점을 전부 고치라고 수정지시를 했다면 결국 불합격됐을 것”이라며 “합격을 시키기 위해 수정 대상을 일부러 줄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추가 수정 가능성에 대해 “출판사들이 자율 수정을 하겠다고 하면 아직 길은 남아 있지만 일단 문부성이 문제가 없다고 한 이상 그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내다봤다.
이시야마 사무국장은 “현재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민단체와 양식있는 개인의채택 반대 운동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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