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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총재 기든스교수 면담]"DJ정권 보수노선 포장해서 당선"

입력 | 2001-07-10 18:50:00

이회창 총재가 신라호텔에서 '제3의길'의 저자 엔서니 기든스 교수를 맞이하고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10일 ‘제3의 길’의 저자 앤서니 기든스(영국 런던 정치경제대 교수)와 서울 신라호텔에서 조찬을 함께 하면서 김대중(金大中) 정부의 이념 성향 등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다음은 대화 요지.

▽이 총재〓기든스 교수는 어제 영국의 토니 블레어 정권과 한국의 김대중 정권을 중도 좌파 정권으로 꼽았는데, 근거가 무엇이냐.

▽기든스〓김대중씨가 대통령이 되기 전에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만났는데 그 때 연설 등을 듣고 그렇게 느꼈다.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다.

▽이 총재〓김대중 정권은 중도 좌파적인 이념과 노선을 내세워 정권을 획득했다기 보다, 보수적 노선으로 포장해서 당선됐다. 당선 후에는 당선 전의 태도와 다른 일이 나타나 인기가 많이 떨어졌다.

▽기든스〓김 대통령이 나에게 한 이념 설명을 토대로 판단했다. 이념과 실행에는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이 총재〓중도 좌파이어야만 제3의 길을 갈 수 있나. 중도 우파는 안되나.

▽기든스〓동의한다. 제3의 길은 좌파, 우파에서 벗어나야 된다.

▽이 총재〓현 정권은 시장경제 방향으로 가지 않고 정부가 개입하는 쪽으로 간다. 복지도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는데, 일자리를 대신해 돈을 나눠주는 일당제에 불과하다. 포퓰리즘, 인기영합주의 등이 자리잡고 있다. 북한은 절대 수령주의를, 남한은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하는데 제3의 길이 적용될 수 있는가.

▽기든스〓제3의 길은 국제주의를 모색하고 있다. 북한을 국제사회로 불러들이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미국 클린턴 정부와 부시 정부 사이에 혼란이 일어나 북한을 국제사회로 불러들이는 흐름이 막혔다. 이 총재는 북한 지원을 반대하는 것으로 아는데 사실이냐.

▽이 총재〓사실과 다르다. 인도적 지원은 무상으로 언제든지 해야 하나 경제적 지원은 상호주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북한에 인센티브를 줘야 하지만, 그 대가로 평화조치를 요구해야 한다. 나는 원칙적으로 포용정책을 지지한다. 북한을 포용하여 실질적 변화를 끌어내야 하는데, 인권 문제를 어떻게 제기하고 풀어내야 할지 고민이다.

i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