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추미애의원의 ‘술과 욕설’ 파문을 계기로 술을 마신 사람의 심리와 정신 상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취중에 하는 말은 평소 본심을 드러내는 ‘진담’인가, ‘헛소리’인가.
뇌신경의학적으로 주사(酒邪)는 알코올이 뇌의 기능을 억제하기 때문에 생긴다. 뇌는 평소 감정을 적절히 조절하지만 신경억제제인 알코올이 이 기능을 억제하는 것.
뇌 전문가들은 “사람마다 어떤 사람은 술마시면 말이 많고, 또 어떤 사람은 공격적이 되고 하는 것은 사람마다 취약한 곳이 따로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상당수 정신과 전문의들은 “마음을 전체로 보면 주사 이유를 보다 더 쉽게 설명할 수 있다”고 말한다. 즉 무의식의 억압된 부분이 술을 통해 주사로 나타나기 쉽다는 것. 전문의들은 스위스의 심리학자 카를 융의 ‘분석 심리학’을 이용해 설명한다.
스위스의 심리학자 카를 융에 따르면 사람의 마음은 사고와 감정이 조화를 이뤄야 건강해지는데 추의원의 경우처럼 여러 사람이 영웅시하고 주시하는 경우 지나치게 사고가 강화되는 반면 감정은 무시되곤 한다. 또 융의 ‘그림자 이론’에 따르면 이처럼 감정에 비해 사고가 지나치게 강화된 사람은 평소 자아가 무의식의 열등한 부분인 ‘그림자’를 억누르는 한편 이를 타인에게 전가하는 ‘그림자 투사’가 습관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이럴 경우 평소 적절한 ‘일탈’을 통해 무의식의 영역에 숨통을 트여주는 것이 정신건강에는 좋다. 추의원의 경우에도 술자리가 민주당 의원들끼리만의 자리였다면 그런 식으로 무의식을 풀어주는 것이 정신건강에는 좋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런데 현재 정치권에선 ‘페르소나(가면)’가 사고와 감정의 조화를 방해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페르소나는 집단사회의 행동규범을 말한다. 한 집단에서 극단적으로 페르소나를 공유하고 있으면 그림자의 집단적 투사가 일어난다. 사실 일반인이 보기에는 민주당과 한나라당 의원이 다른 점보다는 같은 점이 더 많은데도 같은 슬로건 아래 뭉칠 경우 다른 편에 대한 집단적 혐오를 드러낼 수 있는 것이다.
알코올 중독은 아니고 가끔 술을 마실 때 특정인에 대해 극단적 적대감이나 분노 등을 표출한다면 ‘그림자 투사’일 가능성이 크다. 이때 자신은 되돌아보지 않고 남만 욕하는 방식으로 자아의식이 그림자를 계속 누르면 의식과 무의식이 따로 노는 ‘노이로제’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사람에 따라 신경쇠약증세 건강염려증 강박장애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남을 욕하는 부분이 자신에게도 해당된다는 사실을 인정만 해도 정신 건강에 좋다고 말한다. 또 분노나 적대감이 심한 사람은 그림자를 의도적으로 행동으로 옮겨 의식과 무의식의 화합을 꾀할 수도 있다. 평소 말을 잘하는 사람만 보면 버럭 화가 나는 노이로제 환자는 자신도 말하는 연습을 하는 등의 방법으로 노이로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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