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과 분만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 불안전한 임신중절 수술 만연,에이즈 감염 급속 확산…. 끔찍한 ‘인간 파괴’가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다. 11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인구의 날(90년 제정). 이 날을 계기로 세계의 ‘인구 문제’를 점검해 본다. 》
인구 문제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 9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단순히 양적인 팽창에 대한 우려에 국한돼 있었으나 이후 개발도상국 여성들의 ‘생식(生殖)보건’ 권리를 어떻게 보호할 것이냐 하는 질적인 차원으로 바뀌고 있다.
▽2050년에는 93억명?〓1900년 15억명, 1960년 30억명, 1999년 60억명. 그 다음엔? 지난 세기에 비해 인구 증가 속도는 둔화하고 있다. 하지만 매년 7700만명씩 증가해 2050년에는 93억명에 이를 것이라고 유엔 인구국은 보고 있다.
그러나 인구 증가를 선도하는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등에서 출산율이 계속 높을 경우 2050년에 인구가 109억명에 이를 수 있는 반면 출산율이 떨어지면 79억명 정도에 머물 수도 있다는 것.
세계출산 및 성 관련 보건 현황
항 목
현 황
임신 분만 합병증
매년 51만4000명 사망. 99%는 개발도상국에서 발생
에이즈 감염
3610만명 감염된 상태. 지난해만 530만명 추가 감염
임신중절
불안전한 중절 수술로 매년 7만8000명 사망
일부 선진국의 경우에는 인구가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개발도상국에서는 종교적 이유, 전통적 관습, 피임법 미보급, 문맹 등의 이유로 여성 1명당 4∼7명씩 아이를 낳고 있어 2050년 이들 국가의 인구가 세계 인구의 85%를 차지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 예일대 폴 케네디 교수는 이와 관련해 “인구의 절대적 증가도 주시할 대상이지만 그 증가가 개도국에 편중되고 부(富)는 선진국으로 몰리고 있는 게 본질적인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생명을 위협받는 모성〓유엔인구기금(UNFPA)의 2000년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51만4000명이 임신과 분만의 합병증으로 숨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1분마다 여성 1명이 출산 후유증으로 목숨을 잃고 있는 셈. 이들 모성 사망의 99%는 개도국이 차지하고 있다. UNFPA는 또 매년 5000만명 이상이 임신 관련 합병증으로 만성적인 질환과 신체 장애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매년 7만8000명의 여성들이 불안전한 임신중절 수술로 목숨을 잃고 있다. 특히 3억5000만 부부들은 안전하고 저렴한 피임 방법 자체를 모르고 있다는 것.
에이즈 감염 확산도 ‘발등의 불’. 지난해 말 현재 전세계에서 3610만명이 에이즈에 감염된 채 살고 있으며 지난 한해 동안 530만명이 추가로 감염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의 경우 에이즈 감염자가 2530만명에 이른다.
유엔 등 국제기구는 이에 따라 피임 용구 보급 및 홍보와 문맹 퇴치 등을 통해 출산율을 떨어뜨리고 모성사망률을 줄이며 에이즈 감염 확산을 방지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선진국들이 재원 출연에 소극적이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1961년 가족계획 사업을 실시한 이래 양적 팽창 문제는 어느 정도 안정을 찾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는 현재 4760만명 수준(1996년 추계)으로 인구 증가 속도는 1% 미만. 여성 1명당 1.42명을 출산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여성의 생식보건 권리 부분에 있어서는 여전히 선진국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 이시백 회장은 “건강한 임신과 출산을 위한 권리, 특히 여성이 자녀의 수와 터울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가 확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