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004년까지 알래스카에 미사일방어(MD) 체제 실험기지를 건설해 MD용 요격미사일을 실전 배치키로 한 결정을 월스트리트저널지는 10일 ‘은근슬쩍 MD 배치(stealth deployment)’라고 표현했다. 이 신문은 미 행정부의 이 같은 결정을 MD 배치에 반대하는 러시아와의 소모적인 싸움을 피하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풀이했다.
러시아는 MD 배치를 금지하고 있는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을 개정하거나 폐기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ABM 협정은 MD 배치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면 요격미사일 실험기지의 건설까지 금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실험기지를 더 건설하려면 상대국가에 통보만 하면 된다.그러나 미국이 알래스카 MD 실험기지에 요격미사일까지 실전 배치키로 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러시아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것이 분명하다.
일부에서는 MD 구축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대가 수그러들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이 사실상 MD 기지로 사용될 실험기지 건설에 착수키로 했다는 것은 ABM 협정의 개정 또는 폐기에 대한 러시아의 동의 없이 MD 구축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MD 실험기지가 건설되는 곳은 알래스카 페어뱅크스에서 남동쪽으로 160㎞ 떨어진 포트그릴리. 미 국방부 산하 탄도탄미사일방어기구의 대변인인 릭 레너 중령은 “MD 기술 개발이 예정대로 이뤄지고 또 필요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포트그릴리 실험기지가 MD기지로 운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지는 10일 미 국방전문가들은 이 실험기지가 앞으로 미국 MD 체제의 실질적인 사령부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는 MD 체제를 2004∼2008년경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했었으나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부시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04년까지 ‘초보적인’ 수준의 MD 체제를 구축하는 조기 배치안을 검토해 왔다.
이에 따라 MD에 참여할 최대 무기제작사인 보잉사는 4월말 국방부에서 실시한 특별 브리핑에서 1단계로 2004년 3월까지 알래스카 지역에 5기의 요격미사일을 배치하고 2007년까지 요격미사일을 50기까지 늘릴 것을 제안한 바 있다.
국방부가 의회에 서둘러 실험기지 건설 관련 예산을 요구하기로 한 것은 알래스카의 날씨 등으로 인해 올해 건설공사를 할 수 있는 기간이 몇 주일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에 따라 알래스카 MD 실험 기지 건설이 다음달 중순에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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