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대륙에 배정된 2002년 월드컵 본선 진출권은 4.5장이다. 하지만 공동 개최국인 한국과 일본에 2장이 주어지기 때문에 실제로는 2.5장의 티켓만이 주어져 지역예선에서의 티켓공방전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기만하다.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이라크 카타르 중국 등 이미 2차 예선에 나갈 10개팀이 모두 가려진 가운데 월드컵 본선 티켓을 거머쥘 가장 강력한 후보로 사우디아라비아가 꼽힌다.
94미국월드컵에서 당당히 16강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킨데 이어 98프랑스월드컵본선에 연속 출전한 바있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7위 사우디아라비아는 유럽팀 못지 않은 체구와 선수들의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바탕으로 아시아에서 가장 거칠고 강력한 축구를 구사하는 팀 중 하나. 그러나 모래 폭풍처럼 상대를 거세게 밀어붙이는 사우디축구에도 매끄럽게 경기를 이끌어주는 ‘중원의 조율사’가 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이 뽑은 ‘2000 올해의 선수’ 나와프 알 테미아트(25)가 바로 그다.
98프랑스월드컵에서 뛰기도 했던 미드필더 테미아트의 특기는 상대의 의표를 찌르는 돌파와 자로 잰 듯 찔러주는 정확한 패스. 테미아트의 앞에 자리를 잡기만하면 웬만한 공격수는 ‘특급 스트라이커’로 변모한다.
지난 1년간 테미아트가 누린 영광은 대단했다. 리야드의 알 힐랄 클럽에서 뛴 테미아트는 2000년 아시안클럽컵에서 소속팀을 우승으로 이끌었고 아시안 슈퍼컵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아시안 슈퍼컵의 최우수 선수 역시 테미아트의 몫. 이런 활약을 바탕으로 테미아트 ‘올해의 사우디 선수’와 ‘올해의 아랍 선수’에 올랐고, 결국 올해 5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축구의 밤에서 ‘올해의 아시아 선수’로 선정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법.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승승장구하던 테미아트에게도 불행이 찾아왔다. 4월 국내 경기에서 오른쪽 무릎을 다쳐 수술대에 오르게 된 것. 더구나 당시는 테미아트의 유럽팀 이적설이 나오던 시기였다. 현재 테미아트는 프랑스 파리에서 회복 훈련 중.
사실 테미아트의 무대는 월드컵 예선이 아니다. 전력으로 볼 때 테미아트가 없어도 사우디가 내년 월드컵 본선에 오르는 것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그렇게 되면 2002 월드컵에서 세계를 상대로 특유의 ‘칼 같은 패스’를 선보이는 테미아트의 모습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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