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금융시장에 난기류가 흐르고 있다. 미국경제의 회복 지연, 34조원에 이르는 회사채 만기물량, 여야와 정언(政言)갈등 및 노사불안, 아르헨티나 등 신흥시장의 통화불안 등등…. 주식 및 채권시장과 외환시장은 불투명한 악재로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가 다급하게 시장안정대책을 내놓았으나 시장의 분위기는 아직 냉랭하기만 하다. 전문가들은 종합주가지수 500, 원-달러환율 1350원, 국고채 유통수익률 연6.7%를 마지노선으로 제시한다. 미국경제 회복이 늦어지면 더 어려운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주가 "연말 뒷심"〓당분간 약세를 보인 뒤 연말에는 680∼750선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외국인의 삼성전자 매도로 종합주가지수 하락이 이어지고 있지만 500선은 지켜질 것이라는 견해가 강한 편. 한 외국계증권 지점장은 “기관투자가의 손절매 물량이 많지 않을 것”이라며 “외국인의 삼성전자 매도만으로 500선이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무기력한 장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 김기환 삼성투신운용 상무와 김경신 리젠트증권 이사는 종합주가지수가 3분기까지는 박스권을 보이다 연말에는 750포인트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3·4분기에 750까지 오름세를 보인 뒤 4·4분기에는 오히려 600∼700의 박스권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주가상승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 및 한국 경제가 언제 회복세로 돌아서느냐는 것. 장인환 사장은 “3·4분기 말에 경기가 저점을 통과할 것”이라고 내다봤고 정동희 팀장은 “미국의 재고지수가 4개월 연속 하락하는 등 경기 반전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
▽금리 "안정적"〓금리를 내려서라도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정부와 한국은행의 의지로 금리는 안정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3년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3·4분기에 연5.5∼6.0%, 4·4분기에는 6.0∼6.5%선에서 형성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가장 큰 변수는 하반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34조원의 회사채 중 투기등급인 12조5000억원어치가 어떻게 처리되느냐 하는 점. 비과세고수익펀드가 도입되지만 어느 정도 소화될지가 관심(삼성증권 장영규 채권분석팀장)이다.
굿모닝증권 이승조 법인금융영업부장은 “50조원 가량의 부동자금이 부동산으로 옮겨가 부동산가격상승→물가상승→산업활동 위축으로 이어지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일어날 가능성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환율 "오락가락"〓수급과 심리가 치열한 공방전을 벌여 원-달러환율은 하반기 중 1280∼1350원의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됐다. 아르헨티나 등을 중심으로 신흥시장 통화가 약세를 보이고 엔-달러환율도 130엔선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역외선물시장(NDF)에서 일부 투기세력들이 원화를 공격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안정세를 보이던 원-달러환율이 11일 급등한 것도 바로 심리에 의한 것.
반면 SK텔레콤 현대투자신탁 한국담배공사 등의 외자유치와 경상수지흑자 등으로 하반기중에 70억∼100억달러가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 등 외환당국이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환율이 크게 오르지 않도록 할 것으로도 분석된다(씨티은행 오석태 이코노미스트).
h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