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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를 잡아라" 기원-찜질방-오락사이트등 우후죽순

입력 | 2001-07-11 18:47:00


시간은 많고 돈은 없는 백수들의 얄팍한 지갑을 겨냥한 산업이 최근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이는 실업(失業)인구를 대상으로 한 산업이 생겨날 만큼 우리사회에 ‘무직자’가 많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9일 오후 서울 강남역 부근 A기원. 35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곳은 오후 2시만 되면 붐비기 시작한다. 직장을 잃은 후 이곳을 자주 찾고 있다는 김모씨(36)는 “기본요금 3000원만 내면 아침부터 문을 닫는 밤 10시반까지 방해를 받거나 눈치를 보지 않고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200여석이 마련돼 있는 명동 B기원 종업원 이모씨는 “요즘은 젊은 손님이 전체의 3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며 “기원도 대형화되고 있는 추세라 영등포 강남 등에 수백석을 확보한 기원들이 들어섰고 그곳들은 낮시간부터 붐비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백수가 많을수록 오히려 장사가 잘된다는 것은 인터넷 오락업계의 속설. 온라인게임 컨설팅업체인 ‘게임브릿지’의 유형오(劉炯吾·37) 사장은 “경제력을 갖춘 백수가 많을수록 게임 만화 등이 호황을 누린다”며 “매년 취업시즌인 가을보다 비취업 시즌에 속하는 겨울이나 봄에 온라인 게임 사이트 가입자수가 30% 가량 많아진다”고 전했다.

백수들을 겨냥한 사업을 펼치고 있는 ‘화이트커뮤니케이션’ 대표 심재곤(沈載昆·31)씨는 “적은 돈으로 긴 시간을 때울 수 있는 대규모 기원, 찜질방 등이 생겨나고 있는 추세이고 특히 PC방은 5000원만 내면 하루종일 게임을 할 수 있는 패키지 상품 등을 내놓고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각종 경품관련 정보를 모아 둔 경품사이트의 최대 방문자들도 공짜를 노리는 백수들.

경품정보 전문 사이트인 ‘와르르(www.warrr.co.kr)’는 아예 백수들을 위한 포털사이트들과 업무제휴를 맺고 전격적인 ‘백수 마케팅’에 들어갔다.

백수 탈출을 꿈꾸며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을 위한 각종 교육산업도 관심을 얻고 있다.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드는 온라인 교육 콘텐츠 사업이 그 예.

홍보대행사인 ‘링크 인터내셔널’ IT팀 과장 박미희(朴美姬·33)씨는 “외국어와 컴퓨터 등 창업과 취업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선별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일종의 뷔페식 교육관련 콘텐츠사업의 전망이 밝다”며 “이는 실직자들이 많아 이 분야의 시장규모가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비슷한 분야의 취업과 창업을 원하는 백수들을 연결해주고 이들이 함께 모여 논의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해주는 백수들의 ‘유료 커뮤니티 사업’도 관심을 끌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백수세상(www.100soo.co.kr)’의 박현석(朴玄汐·27) 콘텐츠 팀장은 “백수들의 정보교류와 이를 위한 장소를 공급하는 유료 커뮤니티 오프라인사업을 이르면 8월 중순부터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cre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