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지난해 9월 유혈투쟁을 재개한 뒤 국제사회의 중재로 다시 공식적인 휴전에 들어간 지 13일로 한달을 맞는다.
그러나 말로만 휴전이지 양측은 그간 하루도 전투가 끊일 날이 없을 정도로 ‘교전 상태’에 놓여 있었다. 이 때문에 휴전에 동의한 양측 지도자의 입지도 좁아지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인물이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 강경파란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휴전을 이끌어냈지만 지켜지지 않는 휴전으로 인해 오히려 국제 사회는 물론 이스라엘 내부에서조차도 비난을 받고 있다. 최근 들어 이스라엘군에 의한 팔레스타인 난민촌 파괴가 잇따르면서 비난은 더 거세지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11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민간인 가옥 파괴는 당사자들간의 신뢰를 해치는 매우 도발적인 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하난 아슈라위 아랍연맹(AL) 공보국장은 이날 “샤론 총리는 ‘인종 청소’와 ‘전쟁 범죄’의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궁지에 몰린 샤론 총리는 이날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 난민촌 파괴는 ‘실수’였다”고 솔직히 인정했다. 하지만 이런 태도가 이스라엘 강경파들에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촉발시켰다.
차기 총리 후보로 손꼽히는 에후드 올메르트 예루살렘 시장은 “샤론의 태도와 상관 없이 난민촌 파괴를 계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에 정착촌을 개척하고 있는 유대인들은 “샤론은 배신자”라고 공격하고 있다. 일부 각료는 각료회의 불참까지 선언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샤론 총리가 ‘생존’을 위해 적당한 계기를 맞으면 지금의 온건정책을 버리고 다시 팔레스타인에 대해 강경정책을 취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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