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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뷰]'바른생활' 남자와 여도둑의 사랑 '브랜단 앤…'

입력 | 2001-07-12 18:58:00


‘브랜단 앤 트루디’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남녀의 사랑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중학교 교사 브랜단은 화가 나서 바닥에 집어던진 쓰레기마저도 다시 주워서 쓰레기통에 넣는 ‘바른 생활 사나이’. ‘18번’ 노래조차 성가곡이다. 고전 영화감상이 유일한 취미인 그는 일상 대화에도 툭하면 영화 대사가 등장할 만큼 생활과 영화가 뒤범벅이 돼 살아가는 영화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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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트루디는 누구에게나 거침없고 간섭받기 싫어하는 자유분방하고 화끈한 여성. 처음에는 직업이 ‘몬테소리교사’라고 했지만 나중에는 브랜단에게 자신의 직업이 도둑임을 실토한다. 사랑에 빠진 브랜단은 트루디의 마음을 얻기 위해 ‘밤 일’에 망을 봐줄 정도로 변해 가는데….

줄거리만 놓고 보면 또 한 편의 흔한 로맨틱 코미디 같지만 키에론 월쉬 감독은 영화 곳곳에 수많은 고전 영화의 명장면을 재치있게 섞어 놓음으로써 영화애호가들을 위한 상큼한 영화로 만들어냈다.

빌리 와일더 감독의 대표작 ‘선셋대로’(1950년)의 한 장면을 차용한 오프닝을 비롯해 ‘아프리카의 여왕’ ‘노틀담의 곱추’ ‘수색자’ ‘데드 맨 워킹’등 10편에 이르는 영화 대사와 명장면이 영화광 브랜단의 입과 행동을 통해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한다.

하지만 ‘데드맨 워킹’을 제외하고는 모두 50, 60년대 영화여서 웬만한 영화팬이 아니고선 이 영화가 차용하고 있는 원작들을 모두 본 관객은 많지 않을 듯하다.

월쉬 감독은 이처럼 ‘오리지널 작품’을 모르는 관객들을 위해 적절히 브랜단의 비디오 장면을 삽입, 관객에게 원작을 보여줘 차용 장면에서 웃음을 끌어낸다. 예를 들어 트루디로부터 실연 당한 브랜단이 ‘노틀담의 곱추’에서 콰지모도가 ‘내가 너처럼 돌이었다면’하고 탄식하는 장면을 보다말고 ‘내가 너처럼 플라스틱이었다면’하고 살짝 바꿔 말하는 식이다. 하지만 역시 이 영화는 ‘아는 만큼 더 재미있는’ 작품이다.

TV PD출신인 월쉬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영화에 대한 애정’을 고백하며 멋지게 장편 영화 감독으로 데뷔했다.

영화가 끝나도 자리를 뜨지 말자. 두 연인의 재미있는 후일담이 기다리고 있다. 이 영화의 원제는 ‘브랜단이 트루디를 만났을 때(When Brendan met Trudy)’. 이 제목은 어느 영화에서 따왔는지 따로 설명이 필요 없을 듯. 21일 개봉. 18세 이상 관람가.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