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와 스포츠의 결합. 최근 미국 광고에서 새롭게 나타나고 있는 추세를 요약한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동성애자를 겨냥한 광고 중 스포츠를 소재로 삼은 것이 늘어나고 있고,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광고 중에도 동성애자임을 스스로 밝힌 운동선수를 모델로 내세운 작품들이 조금씩 선보이고 있기 때문.
이러한 추세는 경제가 어려운 시기를 맞아 제한된 광고 예산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는 기업들의 노력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로 지적되고 있다. 사실 10년 전 경기가 불황에 접어들었을 때에도 기업들은 소비자로서 동성애자들에게 부쩍 관심을 보였다.
최근 등장한 광고 중 동성애와 스포츠를 결합시킨 작품의 대표적인 예로는 브루스 헤이즈를 모델로 등장시킨 쿠어스 맥주의 인쇄물 광고를 꼽을 수 있다. 헤이즈는 1984년 하계 올림픽과 1994년의 게이 게임즈의 수영종목에서 메달을 획득한 인물. 쿠어스 맥주는 헤이즈 외에도 조 몬태나, 매직 존슨, 행크 아론 등을 광고모델로 등장시키고 있다.
헤이즈는 “이런 광고를 시도하고 있는 기업들의 수는 아직 아주 적은 편이지만,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오래 전부터 레스비언이라는 이유로 광고계약을 잃을까봐 걱정했던 테니스 스타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의 경우, 최근의 새로운 추세 덕분에 후지중공업의 신상품 광고에 등장하고 있다. 또한 메이저리그 야구팀인 시카고 컵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동성애자 야구팬들을 겨냥한 홍보 캠페인을 시작했고, WNBA에 속한 팀 중에도 레스비언들을 상대로 홍보를 시작한 팀이 적어도 6개나 된다.
최근 ESPN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동성애자임을 공개적으로 밝힌 운동선수가 광고하는 제품을 사지 않겠다고 대답한 사람은 응답자의 17.5%에 불과한 반면 모델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제품의 구입 여부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고 대답한 사람은 무려 79%나 됐다.
동성애자 신문과 잡지들을 위해 광고영업을 대행해주는 리벤델 마케팅의 토드 에반스 사장은 최근의 이러한 변화에 대해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다”고 말했다. 동성애자들을 위한 광고용 자료들을 제공하는 커머셜 클로짓의 마이클 윌크 사장도 “남자 동성애자를 ‘계집애 같은 놈’으로 보던 전통적인 고정관념이 깨지고 운동선수처럼 건장한 이미지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것을 변화의 원인으로 지적했다.
(http://www.nytimes.com/2001/07/09/business/09ADCO.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