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 마운드에 뒤늦게 핀 꽃 한송이가 있다.
국내 최장신(196cm)의 사이드암 투수 박진철(26).
지난 시즌까지 해태 마운드의 주역이었던 이대진과 함께 93년 입단한 박진철은 그동안 별볼일 없는 평범한 투수에 불과했다.
지난 시즌까지 8년간 프로무대에서 활약, 단 8승만을 거둔 철저한 무명 박진철.
그가 12일 잠실구장에서 두산을 상대로 완투에 가까운 8과 1/3이닝을 6안타 1실점으로 막아내며 팀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박진철의 상승세는 이날 경기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올시즌 초반 부진으로 2군에 머물렀던 박진철은 꾸준한 웨이트와 런닝으로 기초체력을 만든 후 1군에 복귀한 지난 27일 현대전에서 2년만의 승리를 맛봤다.
이후 1일 롯데전을 승리로 장식한 박진철은 12일 경기도 9회 1사 상황에서 박충식에게 마운드를 넘기며 3연승을 기록.
아직까지 해태 마운드의 한 축이라고 인정하긴 이르지만 최근 그의 컨디션을 보면 해태의 플레이오프 진출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박진철이 무엇 때문에 달라진 것일까?
만년 기대주였던 그가, 거듭된 부진으로 방출 직전까지 갔던 그가 달라진 것은 완전히 오기때문이었다.
더 이상 이런 상태로 선수생활을 할 수 없다는 그의 각오가 동계훈련때부터 그의 머리속에 꽉 차 있었고 그 노력의 결과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올신즌 1,2군을 오락가락하면서도 체력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박진철.
특별한 구질을 새로 익힌 것도 아니고 구속이 올라간 것도 아니지만 자신의 노력에 대한 만족함이 자신감을 가져다 주었다.
자신감이 붙으니 자연스럽게 사사구도 줄어들고 140km대의 공으로 몸쪽 승부를 할 수 있었다.
8년만에 투수로서 눈을 떠가고 있는 그의 목표는 의외로 단순하다.
'아프지만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 그의 바램.
국내 최장신의 사이드암 투수인 그가 큰 부상없이 올시즌 활약한다면 4년만에 플레이오프 진출을 노리고 있는 해태로서는 천군만마를 얻는 효과가 발생한다.
8년만에 팀의 주축 투수로 성장, 4년만에 플레이오프 진출.
두 마리의 토끼를 쫓는 박진철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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