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의 대(對) 한반도 정책은 어떻게 바뀔 것인가.
얼마전 ‘공화당의 대부’인 헨리 키신저(78)씨가 출간한 ‘미국은 대외정책이 필요한가?’(사이먼 앤 슈스터)가 주목을 끄는 이유다.
이 책은 닉슨 정권에서 국무부장관을 지냈던 ‘원로 브레인’이 아들뻘인 대통령에게 ‘지혜’를 나눠주는 ‘외교 참고서’와 같다. 전세계 각 국가별로 미국의 국익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부시 정부의 대외정책에 대해 구체적인 ‘훈수’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 키신저씨는 50여쪽에 걸쳐 한 중 일 3국의 ‘평형관계’를 고찰하면서 구체적인 외교 지침을 내놓고 있다. ‘남북한 관계’(127∼134쪽)라는 항목에서 그는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의 기본 방향을 두 가지로 정리한다.
첫째, 한반도 안정의 필수적인 열쇠는 한미간의 동맹관계이며, 둘째, 북미관계 개선은 남북관계 개선을 전제로 삼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한마디로 한국을 통하지 않고는 미국과의 관계개선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북한 정권에 명확하게 인식하게 만들라는 것이다.
키신저씨는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남한에 대폭 양도하라는 주장만 하는 것은 아니다. 보수적 실용주의자답게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남한 정권측에 요구하라고 권고한다.
“미국은 남북간 정치 경제 인적교류 등에 대해서는 남한의 이니셔티브를 존중해주는 대신, 미국의 세계 전략적 차원의 관심사에 대해서는 남한 지도자에게 충분한 이해를 요구해야 한다.”
한마디로, 미국이 남한 정부의 ‘햇볕정책’을 후원해주고, 반대급부로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MD)에 대해서 남한의 협조를 얻으라는 충고(?)다.
키신저씨는 한반도 미래에 해서는 “외부세력이 한반도 통일을 가로막기는 불가능할 것”이라면서 통일이 대세임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미국의 국익, 즉 미국 주도의 세계안보질서(팍스 아메리카나)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심각한 우려를 보이고 있다.
그는 이를 주한미군 위상 변화와 직결시켜 설명한다. 한반도 통일이 이뤄지면 주한미국이 주둔할 명분이 약해질 것이고, 이는 다시 주일미군의 위상에 위협이 될 것이며, 결국은 아시아 안보질서 재편의 불씨가 될 것이라는 ‘근심’이다.
“한 중 일의 민족주의 노선이 강화된다면 아시아 안보질서는 미국의 영향력이 미칠 수 없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 미국은 이런 사태 발생을 가급적 저지하는 방향으로 대 아시아 정책을 펴야한다.” 하지만 키신저씨는 장기적으로 한반도 평화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발전적인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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