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UNA라는 독특한 필명으로 인터넷 공간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SF 작가가 1996년부터 2000년까지 모 영화잡지에 연재한 영화관련 칼럼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이름하여, ‘스크린 앞에서 투덜대기’(문학과지성사). 이 ‘투덜이’ 논객은 ‘신상공개 불가론’을 외치며 얼굴을 공개하는 인터뷰를 한 적이 없지만 이번에 e메일 인터뷰에는 응했다.
DJUNA는 얼굴사진 대신 노르웨이 화가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를 사용한다.
-DJUNA라는 이름의 뜻은?
“미국의 여류 작가 DJUNA BARNES에서 따왔다. 아이디를 만들 때 그의 책을 읽고 있었을 뿐, 별 다른 뜻은 없다.”
-철저히 베일속에 숨어있는 이유는. 신비감을 주기 위해서?
“나는 과장 광고를 굉장히 싫어하므로 ‘신비감’을 주기 위한 것은 결코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다만 내 게으름을 만족시켜준다는 점에서 익명성은 매우 유용한 장치라고 생각한다. 이런 식으로 아이디 뒤에 숨어 있으면 귀찮은 일을 많이 안해도 되니까.”
-‘삐딱하게 보기’가 이 책 전반에 흐르는 코드같다. 그러나 너무 냉소적인 것 같다.
“믿거나 말거나 난 냉소적이 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단지 타인의 주장에 나도 덩달아 목청을 돋구지 않으려 할 뿐이다.”
-‘투덜댄다’는 단어에는 ‘두서없이 마음에 안드는 것들을 생각나는 대로 늘어놓는다’는 의미가 포함된다. 제목처럼 글이 두서없어 보인다.
“제대로 봤다. 이 글들은 모두 따로따로 쓰여졌고 순서도 뒤죽박죽이다. 일부러 하나의 주제나 구조 속에 논리를 끼워맞춘다면 오히려 거짓말을 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난 그저 독자들에게 대충의 흐름만 잡아주면 된다고 생각했다.”
-도대체 DJUNA가 정말 괜찮다고 생각하는 영화는 뭐냐?
“매번 바뀐다. 다만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에 끌리는 편이다. 내숭 안 떠는 게 최고다. 히치콕 감독은 솔직한 예술가여서 좋다.”
-DJUNA의 ‘영화 100배 즐기기’ 노하우를 하나 소개해달라.
“특별한 방법은 없다. 다른 사람들이 으레 그렇듯 좋아하는 배우나 감독 또는 작가를 따라간다. 그러면서 각자의 방법을 찾는 수 밖에.”
-문체가 상당히 여성스럽다. 글쓸 때 신상정보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특별히 신경쓰나.
“아무리 알려지는 게 싫어도 그렇게까지 엄격하게 가면을 쓰지는 않는다. 편한대로 쓰는 것도 힘든데 어떻게 일일이 그런 것들을 신경쓰나.”
-앞으로 활동계획은?
“계획 같은 걸 직접 짜본 적이 없다. 난 그냥 남이 시키면 한다. 아주 어려운 일이 아니라면 말이다.”
1994년부터 온라인 활동을 시작한 저자는 PC통신 하이텔에서 ‘판타지 시리얼’의 간판작가로 활동하며 DJUNA의 영화 낙서판(http://www.djuna.org/movie)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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