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강원 피해현장▼
이번 집중호우로 경기 지역에는 포천 322㎜, 구리 309㎜ 등 평균 163.9㎜의 비가 내려 사망 10명, 실종 12명 등 모두 22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또 1408가구 4291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19개 시 군 3615동의 주택이 침수됐다.
강원도에서도 주택파손 등 총 10억5300만원의 피해가 발생했고 낙석으로 인해 진부령의 차량통행이 전면 통제되기도 했다.
○…15일 오전 경기 안양시 만안구 안양2동 33 일대는 삼성천이 범람해 피해가 컸다. 주택가 담 곳곳이 무너져 내렸고 120여대의 차들이 물에 떠내려가다 도로 곳곳에서 뒤엉켜버렸다.
다가구 주택 지하방에서 잠자던 이은희씨와 이씨의 딸 최민경양(13)이 지하에 물이 차면서 익사했다. 지하방에 세 들어 사는 주민을 구하러 들어갔다가 실종된 집 주인 이정이씨(53·여)는 익사한 채로 발견돼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또 경기 안양시 석수2동 LG아파트에서 갑자기 불어난 강물을 피해 차 위로 올라간 이용호씨(34·경기 안양시 석수 2동)가 차량 방전으로 감전된 뒤 물 속으로 떨어져 숨졌다.
구리시에서는 이날 오전 7시55분경 갈매동 비탈길이 붕괴되면서 비닐하우스를 덮쳐 잠자던 길향란씨(39·여)와 박세희양(11·여)이 숨졌다.
또 오전 2시경 고양시 덕양구 선유동 삼하낚시터 부근 곡릉천 도로에서 승용차를 타고 하천을 건너던 김철기(27) 임은숙(26·여) 김문희씨(26·여) 등이 급류에 휘말려 실종됐다.
○…15일 오전 11시 40분경 강원 인제∼고성간 진부령에 3000여t의 낙석이 떨어져 차량통행이 전면 통제됐다.
설악산 국립공원관리사무소는 이날 오전 4시부터 설악산 입산을 통제하고 직원들을 투입, 수렴동 양폭 소청 등 대피소에 대피해 있는 등반객 43명을 하산시켰다.
이날 오전 춘천시 사북면 사북읍 고탄 낚시터와 춘천시 서면 오월리 오월낚시터에서 낚시꾼 30여명이 갑자기 불어난 물에 낚시 좌대에 고립됐으나 119 구조대에 의해 구조됐다.
○…1700여 가구가 침수된 인천에서는 남구와 부평구 지역의 피해정도가 가장 심했다. 상습 피해지역인 남구 용현동 일대에서는 만조 때 생활하수가 역류해 주로 반지하 주택가가 침수됐다.
인천시 재해대책본부 관계자는 “집중호우가 내릴 당시 인천 앞바다 만조 수위가 예전의 10m 안팎보다 낮은 679㎝였기 때문에 다행히 피해가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기 가평▼
15일 오전 폭 30여m의 북한강 지천인 조종천이 흐르는 경기 가평군 상면 덕현리 유원지 일대에서는 하룻밤새 나들이객 8명이 실종됐다.
조종천을 따라 3㎞ 가량 형성된 하천변 마을은 어느 곳 하나 성한 지역이 없었다. 차종을 알아볼 수 없게 구겨진 차량들은 마을 입구 다리 위에 휴지조각처럼 걸려 있었고 유원지 상가들은 떠내려온 나무와 쓰레기로 뒤덮였다.
가평군 상면은 밤새 381㎜의 강수량을 기록했고 특히 15일 오전 1시경부터는 시간당 80㎜의 억수같은 비가 쏟아졌다.
왕복 2차로인 37번 국도는 하천쪽 차로가 곳곳에서 두부조각처럼 무너져 내렸고 전봇대 10여개가 쓰러져 이 일대 전기와 전화가 완전 불통되기도 했다.
민박집 주인 박금순씨(47·여)는 “오전 3시경 둑을 넘은 물이 순식간에 가게로 밀려들어와 몸만 빠져나갔다”며 “20분 사이에 집이 완전히 침수되는 장면을 눈으로 봤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실종된 김동철(13) 동준(10)군 형제는 친구 가족들과 함께 이 계곡을 찾았다가 친구들과 함께 변을 당했다. 14일 밤 11시경 빗줄기가 멈추자 낚시를 하러 민박집을 나선 이들은 15일 오전 2시반경 폭우가 쏟아지자 민박집 부근에 세워둔 승용차로 급히 몸을 피했지만 둑을 넘은 거센 강물은 이들을 순식간에 휩쓸어 버렸다.
이들을 찾아 나선 김군의 아버지도 급류에 휘말렸으나 나무꼭대기에 매달려 뒤늦게 구조됐으며 15일 오후 아이들이 탔던 승용차가 발견됐지만 이들의 모습은 발견되지 않았다.
서울 한세산악회 정병욱씨(46) 등 회원 25명도 상면 청우산 부근에서 조난당했다가 15일 구조됐다.가평군 관계자는 “자정 무렵까지 큰비가 없어 조종천 일대 유원지를 찾았던 나들이객들이 갑작스러운 하천 범람에 대비하지 못했고, 오전 오후 두 차례 대피방송을 했으나 잘 듣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sunghy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