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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화제]김운용 vs 사마란치?

입력 | 2001-07-16 00:25:00


“김운용과 로게의 경쟁이라기보다는 김운용 대 사마란치의 싸움이라고 보는 게 정확할 겁니다.”

16일 오후 4시(한국시간) 모스크바 월드트레이드센터에서 열리는 제8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선거가 임박한 가운데 기호 1번의 김운용 대한체육회장 겸 IOC 집행위원의 측근은 이번 선거를 이렇게 분석했다.

불과 이틀 전만 해도 “김 회장이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얻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희망을 피력했던 그가 갑자기 말을 바꾼 것은 15일 새벽 김 회장을 만나고 난 뒤부터.

김 회장이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는 사례는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우선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미국 USA투데이지의 보도.

샌디 볼드윈 미국올림픽위원회(USOC) 위원장은 10일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김 회장은 여태 만나본 사람 중 가장 명석한 인물로 차기 IOC 위원장으로 손색없는 후보”라고 말했다. 그러나 14일 USA투데이에선 말을 바꿔 “1차 투표에서 우리 후보인 애니타 드프란츠에게 투표하겠지만 그녀가 2차 투표 이후부터 후보 대열에서 탈락하면 벨기에의 자크 로게 후보에게 표를 던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이제 임기가 몇 시간 남지 않은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위원장이 레임덕 현상은커녕 아직도 배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증거로 풀이된다는 게 현지의 분석이다.

13일 2008년 하계올림픽 유치도시 경쟁에서 베이징이 압승을 하게 된 것도 김 회장을 미는 아시아표의 승리라기보다는 사마란치 위원장의 작품이라는 평가. 베이징이 유치도시로 결정된 뒤 ‘한 대륙에 올림픽 개최와 위원장의 두 가지 선물을 동시에 줄 수는 없다’는 인식이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는 것도 김 회장에겐 불리한 요소다.

결국 사마란치 위원장은 공공연하게 밝히지는 않았지만 로게 후보를 측면에서 지원한 뒤 16일 퇴임 후에도 종신 명예위원장의 자격으로 막후에서 수렴청정을 한다는 시나리오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15일 밤 AP통신과 프랑스의 르몽드지, 영국의 BBC방송 등이 김 회장과의 집단 인터뷰에서 솔트레이크시티 스캔들과 김 회장의 공약인 IOC위원의 올림픽 유치 후보도시 방문을 집중적으로 걸고넘어진 것도 이번 선거를 김 회장과 사마란치 위원장의 대결 구도로 몰아가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김 회장은 이제 로게 후보가 아닌 사마란치 위원장이란 ‘거목’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할 전망. 일각에선 ‘변신의 귀재’로 불리는 김 회장이 막판 전략적 제휴의 차선책을 들고나올 수도 있을 것이란 귓속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