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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음반]2년만에 새음반 '굿 럭'낸 안치환

입력 | 2001-07-16 00:47:00


가수 안치환(36)도 ‘세월의 무게’를 느끼기 시작했을까.

그가 2년 만에 발표한 새 음반 ‘굿 럭’에는 술 취한 채 문득 거울 속의 눈을 쳐다봤을 때 아릿하게 밀려오는 아픔 같은 게 있다. 거울 속의 눈이 묻는다. “어느 새 여기까지 왔느냐.” ‘굿 럭’은 그런 노래들로 가득하다.

물론 안치환은 “내 개인적인 이야기일 뿐 사회적 의미는 두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노래는 대중을 향해 불리는 순간, 가수를 떠나 ‘사회’가 된다.

타이틀곡 ‘위하여’. 안치환은 “이 노래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은데 어떠냐”고 기자에게 물었다. 기자가 “너무 늙은 느낌”이라고 말하자 그는 “그러나 아름다운 늙음”이라고 대답했다.

‘위하여’는 80년대를 함께 보낸 친구들과의 술자리 노래다. ‘위하여/우리의 남은 인생을 위하여/잔을 들어라/목마른 세상이야/…/니가 있어 이 순간이 좋구나 친구야/…’(가사 일부)

이미 그 친구들은 가사처럼 ‘청춘의 꽃이 시들고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짧다’. 안치환은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자기 삶의 궤적을 고민하는 동년배 친구들과 후련하게 술 마시고 싶다”고 말한다.

15곡의 수록곡은 각각 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 좁은 하늘만 쳐다본 자신을 되돌아본 ‘우물안 개구리’, 분단의 철망을 걷고 총을 내리자는 ‘철망 앞에서’, 자주통일 만만세를 외치는 ‘동행’, 인간 내음 물씬 풍기는 발라드 ‘아 봄이런가’ ‘수선화에게’ 등.

이전 히트곡 ‘내가 만일’의 서정성과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의 격정을 한꺼번에 토해 내고 있는 셈이다. 그만큼 30대 중반에 돌아본 자신에게 할 말이 많았기 때문이리라. 또 운동권 가수인 동시에 대중 가수라는 이중적 이미지에 대한 오랜 고민을 정리한 듯하다.

“서정성과 격정이 내 노래의 정형임을 인정하게 됐어요. 이제는 그 무게를 늘리고 완성도를 높이고 싶습니다.”

그는 “예전 같으면 행진곡으로 밖에 부를 수 없었던 통일 노래를 이제는 발라드로도 작곡할 수 있다”며 웃는다.

그래도 수록곡 ‘13년만의 고백’에서 여전히 고민 중임을 노래한다. 그는 ‘내가 노랠 부르며 무감해지는 것은 사람들의 전부를 가슴으로 받아들여 담아내는데 게으르기 때문이오’라고 고백한다.

안치환은 새 음반 출시를 기념해 19∼22일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라이브공연을 갖는다. 3만원. 02-3272-2334

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