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인 지지선이라 여겼던 지수 2000선이 무너졌던 나스닥시장이 이틀만에 다시 회복할 수 있었던 것은 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한다면 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보다는 실적 악화라는 악재가 충분히 반영됐기 때문에 나타난 주가 반등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주가 반등을 일궈낸 모토롤라와 야후 같은 기업들의 실적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선 형편없는 수준이었지만 워낙 실적이 나쁘다는 경고를 해왔기 때문에 더 나빠지지 않은 실적만으로도 크게 반등한 사례다. 물론 제너럴 일렉트릭(GE)과 같이 실제로 호전된 실적을 발표한 기업도 있었지만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또한 실제로 시장을 끌어올린 힘의 많은 부분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실적 호전 예상에서 비롯됐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실적 호전 전망은 소프트웨어 산업뿐 아니라 PC와 관련있는 동종업계 전체의 실적 호전과 연계되면서 기술주 반등의 핵심 역할을 했다.
물가에 대한 염려가 말끔히 씻긴 것도 주목할만한 변화였다. 지금까지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금리 인하가 물가를 부추길 것이란 우려가 끊이질 않았으나 최근 안정된 에너지 가격 덕택에 생산자물가지수가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물가변수는 당분간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을 안겨주었고 기대가 많이 줄었던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관심도 늘어났다.
금주엔 굵직굵직한 기업들을 포함해 수백개 기업의 실적이 쏟아질 예정이고 주요 경제 지표 발표도 예정돼 주가에 영향을 크게 줄 전망이다. 인텔(17일 현지시간)과 마이크로소프트(19일)등 기술주의 대표주자와 IBM(18일)과 제너럴 모터스(17일) 등의 대형제조업 그리고 씨티그룹(16일), JP모건체이스(18일)와 메릴린치(17일) 같은 대형 금융주들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다. 또한 산업생산지표와 소비자물가지수 등의 경제 지표 발표치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미 여러차례에 걸쳐 실적 악화가 예고된 상황이기 때문에 실제로 악화된 결과가 나타날지라도 악재로 작용하기보다는 오히려 새로운 기대감을 바탕으로 반등을 모색할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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