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정부는 최근 단기외채를 갚기 위해 국채를 발행하면서 14%나 되는 이자율을 제시했다. 이로 인해 월가에서는 아르헨티나가 조만간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게 되리라는 것이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페르난도 델라루아 대통령은 금융시장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정부지출을 가혹할 정도로 삭감하는 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에서 기본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재정정책이 아니라 통화정책이다. 아르헨티나의 경제 영웅인 도밍고 카발로 경제장관이 10년 전에 도입했던 통화 시스템이 이제 문제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카발로 경제장관의 통화 시스템은 1페소의 가치를 1달러로 묶어두고 시중에서 유통되는 페소와 똑같은 액수의 달러를 정부가 보유함으로써 화폐가치를 뒷받침하도록 되어 있다. 이 제도는 처음 도입되었을 때 초(超)인플레이션이 다시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확실하게 보장해줌으로써 아르헨티나의 놀라운 경제회복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 제도가 치명적인 결점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웃 나라인 브라질의 화폐가치 절하와 유로화의 약세로 아르헨티나의 국제경쟁력이 약화되고 소비자들과 기업들이 경제에 대한 신뢰를 잃으면서 국내 수요가 줄어들었는데도 정부가 이 제도 때문에 통화정책에서 유연성을 발휘할 수 없는 것이다.
카발로 경제장관은 물론 이러한 문제점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만약 그가 이 제도를 포기한다면 아르헨티나 정부의 신용이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또한 아르헨티나의 민간부문이 갖고 있는 해외 채무의 대부분이 달러로 되어 있기 때문에 페소화의 가치를 절하한다면 커다란 혼란이 일어날 것이다.
그러나 허리띠를 졸라매는 최근의 필사적인 정책들이 성공을 거두지 못한다면 아르헨티나는 결국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월가의 일부 분석가들은 아르헨티나 정부가 페소화의 가치를 그대로 묶어둔 채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화폐가치의 절하가 없는 채무불이행은 아르헨티나의 경제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아르헨티나가 선망하는 선진국들은 채무불이행을 용서받지 못할 죄악으로 간주한다.
반면 이와 반대되는 정책은 이미 2년 전에 아르헨티나의 이웃나라인 브라질에서 성공을 거둔 바 있다. 처음 브라질이 어쩔 수 없이 화폐가치를 절하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브라질의 경제가 파산할 것이라고 예언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서 필자는 아르헨티나가 브라질의 흉내를 내야 한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아르헨티나 정부의 선택폭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http://www.nytimes.com/2001/07/15/opinion/15KRUG.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