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장맛비가 걷힌 16일 나른한 오후. 회사원 J씨, 꾸벅꾸벅 졸다 요란한 휴대전화 벨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증권가 정보맨 C차장이었다. 지금은 나이 50을 바라보는 ‘원로’가 돼 현역에서 은퇴한 지 오래. 그래도 특유의 입담은 여전했다.
“요즘 어때? 장마에 피해는 없고?”
“염려해주신 덕분에…. 차장님은요?”
“미 투(Me too).”
“그러나 저러나 주식시장이 비실비실해서 걱정이에요. 뭐 좀 재미있는 얘깃거린 없어요?”
“알잖아. 나 일선에서 물러났다는 거. 사무실에서 꼼짝않고 지내서 엉덩이에 굳은살이 박였어. 이 나이에 정보하면 사람들이 웃어.”
“그래도 부자 망해도 3대 간다는데….”
“물론 ‘기본’은 하지.”
“? ? ?”
“정보맨의 생명은 ‘비공개’ 아니야? 도청이 겁나 무조건 사무실 전화는 두고 휴대전화를 써. 근데 요새 발신자 표시장치 안한 놈들이 없더라고. 그래서 번호 누르기 전에 ‘*23#’을 꼭꼭 누르지. 제 버릇 남 못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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