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의 나이에 접어들어서 비로소 큰상을 받았다.
이순철 LG 코치(40)는 85년 해태에 입단해 98년 삼성에서 유니폼을 벗을 때까지 14년 프로 생활 동안 최우수선수(MVP)와는 영 인연이 없었다. 타격 수비 주루의 3박자를 고루 갖추며 화려하게 뛰었지만 상복과는 거리가 멀었던 것.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왕년의 별들이 총출동한 올드스타전. 한라팀으로 출전한 이 코치는 백두팀에 0-1로 뒤진 5회초 1사 2루에서 왼쪽 담장을 넘기는 2점짜리 결승 홈런을 날렸다. ‘딱’하고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한 듯 양팔을 번쩍 들어 환호한 그는 천천히 다이아몬드를 돌았고 관중의 기립박수에 헬멧을 벗어 답례했다. 이 한방으로 현역시절에도 맛보지 못한 MVP의 영예를 안았다.
이 코치는 “주위의 시선을 의식해 부담이 많았다”며 “컨디션이 아주 좋았고 몸쪽 직구를 노린 게 주효했다”고 밝혔다. 이날 경기장에 아들 성곤군(10)을 데리고 나온 이 코치는 “무엇보다도 아이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 줘 기쁘고 상금으로 받은 300만원으로 동료들과 대포라도 한잔하겠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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