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투표에서의 패배를 미리 알고서 최종 결과 발표장인 크렘린궁 근처의 컬럼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김운용 회장(사진)은 월드트레이드센터내 2층에 있는 한식당 유정에서 한국기자들을 맞았다. 김 회장은 다소 초췌한 얼굴로 “모두 내가 부덕한 소치”라며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아 국민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일생일대의 승부에서 진 소감은….
“변명같이 들리겠지만 도저히 선거를 치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사마란치 위원장이 직접 주도한 조직적인 흡집내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선거도 하기 전에 패배를 직감했다. 오늘 오전에 최재승 국회 문광위원장과 북한의 장웅 IOC위원 등에게 그동안 감사했다고 전화를 걸어야 했다.”
-IOC 위원에게 5만달러의 경비를 제공하겠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선거 막판 최대 악재가 됐는데….
“IOC의 중심은 위원장이 아니라 위원이라는 게 나의 소신이다. 위원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하겠다는데 무슨 문제가 되나. 종신 명예위원장으로 수렴청정을 계획중인 사마란치가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게 진짜 큰 문제가 아닌가.”
-앞으로 일정은 어떻게 되나. 6개월 후 IOC 부위원장 선거가 있는데 출마할 계획은 있나.
“부위원장은 한번 했으니 그것으로 족하다. 우선 푹 쉰 뒤 미래를 생각할 것이다.”
-임기만료로 집행위원에서 이제 평위원이 됐는데 IOC내의 위상 변화와 로게 신임위원장과의 관계는 어떻게 될 것 같나.
“IOC에서의 위치에는 큰 변화가 없다. 나를 후원하는 세력은 건재하다. 로게와는 시간을 두고 관계를 설정해야 할 것이다.”
-대한체육회장을 비롯해 국내에서 맡고 있는 여러 직책에 대한 변화는….
“그때그때 봉사해야 할 일이 있으면 하지 자리에 연연하지는 않을 것이다.”
-끝으로 발표장인 컬럼홀에 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나가기 싫으니까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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