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후반의 김모씨. 언제부턴가 그는 온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피로감, 무력감, 불면증, 소화장애, 근육통 등. 그가 호소하는 증상들을 보면 차라리 안 아픈 데를 찾는 게 빠를 정도였다. 일차적인 원인은 그가 매사에 너무 심각하다는 데 있었다.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그가 대응하는 태도를 보면 ‘저러고도 병이 안 나면 그게 이상하지’ 싶은 지경이었을까.
그는 우선 그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다른 일은 전혀 돌아보지 않았다. 그런 태도는 집착의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였다. 게다가 일이 잘 안 풀릴 경우 일어날 수 있는 온갖 나쁜 일들을 상상하는데 비상한 재능(?)이 있었다. 덕분에 어떤 문제가 생기면 해결 방법을 찾기도 전에 이미 온 몸의 에너지가 고갈되는 느낌이었다. 겨우 헤쳐 나와 일을 시작해 보지만 그땐 에너지가 이미 떨어진 상태라 죽을 것처럼 힘이 드는 게 당연했다.
그럴 때 문제가 한 두가지면 그나마 좀 낫다. 그러나 세상살이가 어디 그런가. 살아갈수록 한꺼번에 해결해야 할 일도 많고 해야 할 역할도 많지 않던가. 그러니 언제나 힘들고 피곤한 상태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것이다. 매사에 완벽함을 추구하는 사람들일수록 그런 증상에 시달린다. 완벽주의의 첫 번째 허점은 일의 우선 순위를 정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일을 하자니 저 일이 마음에 걸린다.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 보면 몸과 마음이 한꺼번에 지친다. 또 꼼꼼히 하려다보면 일의 전체 윤곽을 잡지 못하고 작고 세세한 부분에만 매달린다.
결과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도 문제가 된다.
자신이 이런 타입이라면 적절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찾아두는 게 좋다. 먼저 일의 우선 순위를 정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자기 생각에 중요하게 여겨지는 순서에 따라 먼저 할 일과 나중 할 일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이다. 그런 일에 무슨 훈련이 필요할까 싶지만 자꾸 연습하다 보면 어느 순간 매사에 명확해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문제의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본 다음 세부적인 부분을 들여다보고 해결 방법을 찾는 것이다. 안 그러면 앞에 말했듯이 소소한 문제에 매달리다가 정작 진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일어난다.
세 번째는 지나치게 문제의 부정적인 면만을 들여다보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무슨 일이든 부정적인 결과가 일어날 확률이 50%라면 안 일어날 확률도 역시 50%이다. 그런데도 불안해하며 일을 그르치는 건 부정적인 결과가 일어날 확률을 50%가 아니라 100%로 보기 때문이다.
앞서 예를 든 김씨의 경우 그와 같은 정신적인 문제가 신체화증상으로 나타난 전형적인 경우이다.
양창순(신경정신과 전문의) www.mind-op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