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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해외고객 입맛에 맞게"수출용게임대수술

입력 | 2001-07-17 18:41:00


국내 게임산업의 지난해 수출액은 1억달러를 넘어섰다. 올해는 60% 가량이 늘어난 1억6000만달러 어치가 팔릴 것으로 보인다. 게임은 한국 IT산업의 ‘수출 효자종목’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한국산 게임은 대만과 중국 등 아시아권은 물론 게임의 ‘종주국’인 미국과 유럽에도 수출되고 있다.

하지만 수출이란 것이 그리 호락호락한 것만은 아니다. 문화와 국민성이 다른 외국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그만한 공을 들여야 한다. 게임업체들은 저마다 해외 게이머들의 ‘구미’를 맞추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

언어문제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대부분 업체들은 현지의 합작회사나 법인을 통해 번역작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업체들은 보통 외국어에 능통한 한국인보다는 현지인에게 직접 번역을 맡기려고 애쓴다. 미묘한 감정을 살리는 데는 현지인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

판타그램의 ‘킹덤 언더 파이어’는 세계 30개국 동시발매를 위해 영어, 불어, 독일어, 스페인어, 중국어, 일본어 등 무려 14개 국어로 현지화 작업을 했다. 5개 국어의 경우 게임속 등장인물의 목소리 연기를 위해 정상급 성우 70명이 동원됐다. 이들 중에는 영화 ‘터미네이터’와 ‘스타워즈 에피소드Ⅰ’에 출연한 성우도 있었다.

현지 사정에 따라 스토리가 바뀌는 경우도 있다. 넥슨의 온라인 게임 ‘바람의 나라’는 원래 캐릭터를 계속 성장시켜나가는 ‘롤플레잉(RPG)’형식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미국에선 이벤트와 모험 형식의 진행을 좋아하는 미국인들의 기질에 맞춰 어드벤처 형식을 대폭 강화했다.

올해 초 대만에 진출한 모바일게임 업체 언와이어드코리아도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이 회사의 대표작인 낚시게임은 국내의 강을 배경으로 민물낚시를 하는 내용. 반면 대만은 국토가 좁은 섬이라 바다낚시가 더 인기가 있다. 따라서 한탄강, 낙동강 등 강은 바다로, 붕어는 상어로 ‘배역교체’를 했다.

캐릭터는 그다지 손이 안가는 부분이다. 게임캐릭터 자체가 원래 ‘무국적성’이 강한 데다가 보통 해외진출을 염두에 두고 동양인과 서양인의 모습을 합성해 만들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등장인물들은 ‘국제적인’ 용모 덕분에 미국 진출시 ‘성형수술’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 업계의 ‘현지화 작업’은 외국 대형업체들의 경우에 비해 영세하다는 지적. 레드스톰의 ‘레인보우6’는 한국 게이머들만을 겨냥해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과 지하철 시청역을 배경으로 별도제작했다. 블리자드는 최근 시판된 ‘디아블로2’ 확장판 테스트를 위해 전세계 총판사의 직원들을 2달간이나 아일랜드 지사에서 합숙근무시키기도 했다.

afric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