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아침드라마 ‘한 지붕 세 가족’에서 천하백수 봉수(강남길 분)의 천생연분이었던 정육점집 딸 말자가 돌아왔다.
1987년부터 1994년까지 7년간 말자 역을 맡았던 탤런트 차주옥(36)이 SBS 새 주말드라마 ‘아버지와 아들’에서 다방 마담 양양순 역으로 오랜만에 브라운관에서 인사를 한다.
극중에서 차주옥은 식모생활까지 마다않고 돈을 모은 억센 생활력을 지녔지만 홀아비 신세인 주현 앞에서는 한없이 약해지는 여자다.
한 회 서너 장면만 출연하는 조역이지만 차주옥이 보여주는 열의는 다부지기만 하다.
“한때 연기를 포기할 생각도 했어요. 하지만 이젠 연기가 천직이란 것을 깨달았어요. 무슨 역이든 최선을 다 할 뿐입니다.”
촬영현장에서 만난 그는 다방 마담에 어울리게 꽃무늬 저고리에 하늘색 치마, 빨간 입술화장으로 촌스런 분위기를 한껏 내고 있었다.
그는 고교 2학년 때인 83년 당시 빙그레 전속모델로 뽑힌 뒤 MBC공채 탤런트 15기로 연기생활을 시작했다. 조형기 정성모 최상훈 맹상훈 서갑숙 등 쟁쟁한 중견연기자들이 동기생들이다. 하지만 그는 ‘한지붕 세가족’의 말자 이후 긴 공백기에 빠졌다.
그에게 말자가 운명의 배역이었다. 시청자들의 사랑도 한 몸에 받게 됐지만 연기자로선 큰 짐이 됐기 때문이다. SBS 아침드라마 ‘그대의 창’에서는 악역도 맡고 MBC 아침드라마 ‘단 한번의 노래’에선 천사 같은 역도 맡으며 변신을 시도했지만 스스로 성에 차지를 않아 심적인 방황이 계속됐다.
96년 말 불쑥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로스앤젤레스의 ‘캘리포니아 디자인 칼리지’에서 디자이너 공부를 시작한 것도 그런 허전함을 메우기 위해서였다.어학문제로 6개월만에 난관에 부딪혔지만 오기로 버티며텼고 2년 만에 졸업장을 손에 쥐었다. 98년 말 귀국했을 때는 건강이 극도로 악화됐다. 면역력이 극도로 떨어져 1년 가까이 한방치료를 받아야했다. 몸을 추스르게 되자 연기에 대한 갈증이 깊어졌다.
지난해부터 ‘전원일기’ 등에 간간이 얼굴을 비치던 그녀가 고정배역을 맡은 것은 ‘아버지와 아들’이 5년 만에 처음이다.
“어린 나이에 너무 많은 것을 얻었던 것이 자만심을 낳았던 거죠. 이제 다시 시작이란 마음으로 차곡차곡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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