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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일산 마두동 불법주차에 희생된 초등생

입력 | 2001-07-17 19:05:00


휴일을 맞아 “수영장에 다녀오겠다”며 밝게 웃으며 집을 나섰던 강동훈군(7·경기 고양시 일산 B초등학교 1년)은 다시 엄마 품에 돌아오지 못했다.

6년만에 얻은 아들이 학교에 들어가자 주변에선 “이제 다 키웠다”고 덕담을 했지만 강군의 부모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한 아들을 끝내 가슴에 묻어야 했다.

경기 일산신도시에 살던 강군이 변을 당한 것은 1일. 오전 10시경 큰 길을 건넌 뒤 상가건물이 밀집한 수영장으로 가기 위해 일산구 마두동 모 웨딩홀 건물옆 편도 1차로의 작은 길로 접어들었다.

인도가 없는 이 곳은 불법주차된 차 때문에 온종일 행인과 차량들이 아슬아슬한 장면을 연출하는 곳. 하지만 편도 1차로이기 때문에 ‘법에 따라’ 횡단보도도 설치할 수 없으며, ‘인력이 부족해’ 불법주차 단속도 할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인도도, 다른 안전시설도 없는 이 곳에서 차량 사이를 오가던 강군은 길을 건너기 위해 한발 내딛는 순간 대형 버스에 부딪쳐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지고 말았다.

버스운전사 원모씨(37)는 경찰에서 “아이가 부딪치는 것을 몰랐으며 뒷바퀴에 뭔가 걸리는 것같아 뒤를 보고서야 사고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길을 건너기 전 차량 틈에 서 있었던 강군을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 결국 불법주차 차량들 때문에 운전자가 안전운전에 필요한 시야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버스를 뒤따르던 택시운전기사 배영돈씨(43)도 “사고가 난 다음에야 버스가 멈춘 것으로 봐서 불법주차된 차들 때문에 아이를 전혀 보지 못한 것 같았다”고 말해 불법주차로 시야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원씨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배씨는 또 “사고 현장은 무척 혼잡해 평소에도 제 속도를 낼 수 없는 도로”라며 “불법주차 차량 때문에 언제든지 사고가 날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강군은 어른들의 무관심과 안일함에 희생당했지만, 사고 현장은 아직도 당시 모습 그대로 방치된 채 ‘제2의 강군’을 기다리고 있다.

일산신도시의 대표적 도시문제는 불법주차. 등록차량은 8만여대이고 주차 면적은 12만대. 수치상으로는 충분한 주차공간을 갖고 있지만 주거지역인 아파트 주차장 60%를 뺀 주차공간은 약 4만8000대분에 그친다.

이렇다보니 일산 곳곳의 대형 유통업체 주변이나 전철역 부근, 음식점 밀집지역이 온통 불법주차의 천국으로 변해버렸다. 아무런 안전시설도 없이 도로에 불법주차를 하다보니 강군같은 피해자가 생겨난 것.

실정이 이렇지만 고양시가 내놓은 대책은 ‘장기적으로’ 도시 곳곳에 주차빌딩을 짓고 신도시 한복판인 미관광장 지하에 주차장을 신설한다는 것뿐이다. 조례를 고쳐 주차면적 확보 기준을 강화한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해결 방안은 전혀 제시되지 않고 있다.

고양시 관계자는 “불법주차가 워낙 심각한 상태라 쉽게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차분하게 장기 대책을 세워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