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괌 참사 유가족 KAL상대 첫 승소

입력 | 2001-07-18 18:42:00


97년 대한항공(KAL) 여객기 괌 추락사고와 관련해 국내 법원이 처음으로 대한항공측 과실을 인정해 유가족에게 거액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서울지법 민사합의25부(안영률·安泳律 부장판사)는 18일 괌 참사 당시 숨진 정모씨(44)의 유족 3명이 대한항공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대한항공은 유족에게 6억8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사고 당시 야간의 강한 소나기 때문에 육안으로 활주로가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기장 등이 경고음을 무시하고 비행기의 위치, 경로에 대해 아무런 문제 제기도 하지 않은 채 착륙을 계속 시도한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기장 등의 이 같은 행위는 단순한 과실을 넘어 손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인식 하에 무모하게 이뤄진 것이므로 사용자인 대한항공은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사고에 대한 운송인의 책임을 규정한 헤이그의정서에 따라 배상액이 1억5000여만원으로 제한된다는 대한항공측 주장에 대해 “이 규정은 운송인의 과실이 명백히 입증되는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괌 사고로 254명의 탑승자 중 228명이 사망하자 희생자 1인당 2억7500여만원씩의 배상금을 지급하고 민형사상 책임을 더 이상 묻지 않기로 일부 유가족과 합의했지만 유가족 150여명은 합의를 거부하고 국가나 미국 정부, 항공기 제작사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바 있다.

이번 판결 결과는 유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다른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던 유가족 13명은 지난해 3월 소송 취하를 조건으로 미국으로부터 모두 3000만달러(약 340억원)의 합의금을 받아냈다.

또 사고 당시 대한항공과 합의해 배상금을 받은 유가족 70여명은 미국측이 거액의 합의금 지급결정을 내리자 추가소송을 준비하기 위해 지난해 8월 시험적으로 대한항공과 보잉사, 항공기 정보지시계를 만든 록웰 콜린스사를 상대로 1인당 1만원씩 7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기도 했다.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