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최대의 인터넷 쇼핑몰 중 하나라고 주목받던 미국의 장난감쇼핑몰 ‘e토이스’는 올초 결국 파산신청을 했죠. 99년말 크리스마스에 몰려드는 주문을 제때 배송하지 못했거든요.”
컨설팅업체 ‘액센츄어’에서 e비즈니스 관련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는 조범구 전무는 “세련된 홈페이지에 ‘쇼핑바구니’ ‘구매하기’ 같은 버튼을 만드는 것만으로 e비즈니스가 다 됐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최근 국내에서도 온라인상에 각종 이벤트를 내걸었다가 물류와 배송에서 문제가 생긴 사례가 있죠.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재고관리 원자재구매 결제확인 물류관리 고객정보관리 회계관리 등이 따라줘야 하거든요.”
조 전무는 e비즈니스를 도입할 때는 기업 전반의 장기적인 전략과의 연관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사의 경우 전사적인 e비즈니스를 도입하려고 보니 이미 사업부별로 80여개의 도메인이 등록돼 있었다는 것. 정보가 80곳에 나눠져 공유되지 않거나 한편으로는 불필요하게 중복되고 있었던 셈이다.
“기업간 거래(B2B)의 경우에는 어떠한 형태로 참여할 것인지도 신중히 생각해야 합니다. 동종업계의 컨소시엄 형태인 경우에는 가격과 거래물량이 공개돼야 한다는 점이 제약이 될 수도 있죠.”
그는 “오프라인 대리점의 반발 등 온-오프라인 판매간의 충돌도 큰 문제”라며 “온-오프라인 영업이 때에 따라서는 차별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 전무는 또 e비즈니스를 충분히 지원할 수 있는 네트워크의 인프라를 강조했다.
“얼마전 한 업체에서 공급망관리(SCM)와 전사적자원관리(ERP)를 통합하는 프로젝트를 했어요. 시험가동을 해보니 네트워크에 과부하가 걸려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겁니다. 네트워크망을 추가로 설치하는 예산은 처음에 고려하지 않았거든요.”
조 전무는 “직원이 무심코 보내는 대용량의 도면에서 네트워크의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며 “네트워크를 통하는 우선순위를 정하는 등 시스템 사용원칙을 마련하고 교육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결국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은 ‘사람’이라는 것.
조 전무는 회사의 상황에 따라 검증된 솔루션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솔루션 업체간 경쟁으로 완성되지 않은 솔루션을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 또 “외국계 기업의 솔루션을 도입하는 경우, 인사 인적자원관리 수출입관련시스템 등은 한국적인 상황에 들어맞지 않을 수 있으므로 별도로 조절해주도록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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