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미 의회 일부 의원들 때문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공화당의 몇몇 우파의원들이 황장엽(黃長燁)씨를 미국으로 초청한데 이어, 이번에는 민주당 의원까지 포함된 하원의원 8명이 16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한국의 언론사태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언론 관련 서한에 극도로 불쾌해 하고 있다. “일국 국가기관의 정당한 법 집행에 대해 타국 의원이 왈가왈부하는 것은 명백한 내정간섭”이라는 것이다.
이들의 발언을 인용해 정부를 공격한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사대주의적 발상’이라고 성토했다.
특히 공화당 소속 로라베커 하원의원이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해 “(한국 정부의) 설명이나 사과를 받기보다는 부정적인 행위를 중단시키는데 더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한데 대해 민주당은 19일 이를 ‘망언’으로 규정하면서 격렬히 규탄했다.
전용학(田溶鶴)대변인은 “미 하원의원이 무슨 권한과 근거로 대한민국의 국정을 중단시키겠다는 것인지 참으로 오만방자하고 무례하기 이를 데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미 공화당 일부 의원들의 이같은 주장이 미 의회 전체로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지금은 미 의원들의 한국 언론에 대한 우려 표명을 ‘극소수 의원들의 무례한 행동’으로 보고 일축해버릴 수 있지만, 공화당의 다수 여론으로 확대 발전될 가능성이 없지 않고 이 경우 무시할 수 없는 압력이 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따라서 김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낸 의원들을 상대로 현지 교민 등을 통해 우회적으로 한국 정부의 입장을 설명할 방침이다.
한미의원외교협의회 회장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했다가 18일 귀국한 민주당 유재건(柳在乾)의원은 “한국을 우습게 보지 않고서는 이같은 행동을 할 수 없다”며 “편지를 보낸 의원들의 해당 지역구 교민을 통해 우리 정부의 입장을 설명토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 김 대통령은 에드워드 케네디, 토머스 포글리에타, 토니 홀 의원 등 민주당 상하원의원들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고, 당시 정권은 이를 ‘사대주의’라고 비난했었는데 이제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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