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패니메이션’이라는 용어가 보편화될 만큼 ‘시장’을 확보하고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과 오랜 역사의 할리우드 장편 애니메이션은 어떻게 다를까.
우선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의 경우 ‘디즈니’가 수십년간 ‘교과서’ 역할을 하며 스크린에서 군림해 온 반면 일본 애니메이션은 ‘TV용 만화’가 먼저 해외에 알려졌다.
일본의 극장 애니메이션이 해외에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80년대부터. 특히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들은 ‘저패니메이션〓선정, 폭력적’이라는 인식을 바꾸는 데 큰 기여를 했다.
등장인물의 선악이 뚜렷하고 ‘권선징악’을 주제로 삼는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달리 미야자키 등 일본 애니메이션의 선두주자들은 선악을 구별짓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신적인 존재를 등장시키거나 인간주의를 내세우는 등 나름대로 ‘이데올로기’를 생산해 냄으로써 작품이 깊이를 갖춘 것으로 보인다. ‘저패니메이션 마니아’가 생겨나는 것도 이 때문.
그림면에서도 차이가 있다. 하늘을 나는 장면을 즐겨 사용하는 미야자키 감독의 경우 화면에 깊이가 있고 스펙터클한 장면이 많다는 것이 특징. 또 정지 동작이 많고 속도감이나 화면 전환도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에 비해 빠르다. 반면 디즈니로 대별되는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은 움직임이 좀 더 부드럽다.
제작시스템도 다르다. 업무가 전문화, 분업화된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은 감독보다는 제작자나 ‘디즈니’라는 ‘상표’가 중요하지만 도제시스템을 따르는 일본에서는 감독의 이름이 더 강조된다.
캐릭터도 차이가 있다. 할리우드 캐릭터들이 6등신 스타일로 실제 모습에 가까운 것이 많다. 반면 저패니메이션은 유아적이고 귀여운 느낌의 3등신 캐릭터부터 할리우드 캐릭터보다 더 실제 인간의 모습에 가까운 스타일까지 매우 다양하다. 따라서 저패니메이션은 캐릭터의 특정한 유형을 규정할 수 없는 것이 특징이다.
(도움말〓한창완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 김준양 애니메이션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