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지역항공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항공사는 50인승 안팎의 중소형 항공기를 이용해 국내 공항을 정기 또는 부정기적으로 운항하는 항공사로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보편화돼 있다.
제주도의 지역항공사 설립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기존 항공사의 항공요금 인상이 발단이 됐다. 제주도는 항공사의 일방적인 요금인상이 독점적인 위치를 악용한 횡포라고 반발하고 있다. 육지를 오가는 제주지역 주민의 90% 이상이 항공기를 이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항공사에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피해의식도 작용했다.
제주도는 이달 말 용역을 실시한 뒤 내년 2월 지역항공사 설립에 필요한 세부실천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추진 경위〓올 3∼4월 국내 항공노선의 적자를 이유로 대한항공은 평균 12.1%, 아시아나항공은 평균 11.8%의 항공요금을 각각 인상했다.
제주지역 사회단체 등은 규탄대회를 갖고 반대서명운동까지 벌였지만 항공사의 요금인상을 막지 못했다. 제주도는 기존 항공사가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기 때문에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항공요금 인상을 강행했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지역항공사 설립. 지역항공사가 설립되면 기존 항공사의 독과점에 따른 폐해를 줄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4월 항공분야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지역항공설립연구단’을 발족시켰다. 제주도 강관보(姜寬保) 교통행정과장은 “항공요금 인상이 직접적인 계기가 되기는 했지만 지역항공사는 기존 항공사와 경쟁적 관계라기보다는 보완적인 관계로 봐야 한다”며 “지역항공사는 항공운송의 틈새시장을 겨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설립 필요성〓지난해 제주국제공항을 이용한 승객은 모두 912만5000명(도착 454만5000명, 출발 458만명)으로 김포공항 김해공항에 이어 세번째로 많다. 제주를 기점으로 한 주요 노선의 탑승률은 66.7%(부산 노선)∼85%(광주 노선)에 이른다.
여름 피서철이나 연휴 주말 연말연시에는 좌석난이 되풀이되고 있다. 제주도는 휴가철 등에 반복되는 항공 좌석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지역항공사 설립이 필요하다는 것.
지역항공사가 들어서면 지방도시간 여객 수송이 쉬워지고 ‘제주국제자유도시’ 개발에 대비하는 뜻도 있다. 교통개발연구원은 최근 내놓은 자료에서 “국내선 위주의 저비용 항공사 설립이나 지역항공 제도 도입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점과 전망〓지역항공사를 설립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현행 항공법은 항공사업면허를 정기항공과 부정기항공으로 나누고 있을 뿐 지역항공에 대해서는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부정기항공 면허에는 항공기를 50인승 이하로 규정하고 있어 50∼100인승 항공기 취항을 구상하고 있는 제주도의 방침과는 거리가 있다.
재원 마련과 수익성 확보도 문제. 부정기항공사업 면허에 필요한 자본금 50억원 이외에도 항공기 구입 및 정비 항공 인력 확보에 500여억원의 막대한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도는 이달 말 용역을 실시해 △국내 항공운송사업의 문제점 △항공기 운항 비용 및 노선별 경제성 △운영주체 및 재원조달 방안 등을 분석하기로 했다.
우근민(禹瑾敏) 제주지사는 “외국의 경우 지역항공사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섬들이 많아 지역항공사는 얼마든지 실현 가능한 계획”이라고 말했다.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