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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인터뷰]'취화선' 임권택 감독 "畵魂을 찍을거요"

입력 | 2001-07-19 18:39:00


두 말이 필요없는 한국 영화의 거장 임권택 감독(65)과 조선 후기 천재화가인 장승업이 만난다.

최근 촬영을 시작한 임 감독의 영화 ‘취화선(醉畵仙)’은 김홍도 신윤복과 함께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화가 장승업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지난해 국내 영화로는 최초로 칸영화제 본선 경쟁 부문에 진출한 ‘춘향뎐’이 판소리와 영상의 신명나는 어우러짐이었다면 ‘취화선’은 그림과 영상의 만남이다.

임 감독은 인터뷰 중 끊은 지 10년이 넘었다는 담배를 수시로 입에 물었다.

“몇 개월전부터 다시 담배에 손을 댔어요. 요즘 하루 2갑반인데 본격적인 촬영 때는 세갑정도…. 밤늦은 시각까지 왕(고종)의 총애까지 받던 장승업이 왜 사라졌을까, 장승업의 고뇌는 무엇이었을까 하는 생각에 시달려요.”

그가 장승업을 마음에 둔 지는 20년이 넘었다. 장승업은 술과 여자가 없으면 그림을 그리지 않아 ‘취명거사(醉暝居士)’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기행이 많았다. 그림에 대해서는 주변에서 ‘신이 만들었다’는 찬사가 쏟아지곤 했다. 그리고 그는 어느날 갑자기 세상에서 종적을 감춰 버린다.

임 감독은 “미스터리가 많은 장승업의 삶은 그림에 비유하면 여백이 너무 넘쳐 뭘 그려야 할까 감독을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한다”고 말했다.

영화는 1850년대 개혁적인 성향의 선비 김병문(안성기)과 거리에서 뭇매를 맞던 거지 소년 장승업(최민식)의 만남으로 시작된다. 그가 화가로 성장하는 과정이 그려지고 매향(유호정) 진홍(김여진) 소운(손예진) 등 장승업의 여인들도 등장한다.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는 철학자 도올 김용옥이 시나리오 원안(민병삼)의 각색에 참여했다. 화가의 삶을 다룬 작품에 어울리게 손연칠 김선두 등 한국화가들이 극중 장승업의 그림을 재현한다. 50여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되며 내년 초 개봉될 예정이다.

임 감독은 장승업에게서 ‘영화장이’로 살아온 자신을 발견한다.

“70년대까지 ‘영화 판’에서 일하는 사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좋지 않았어요. 나 자신도 그저 주어진 일이려니 하고 제작자의 주문에 맞춰 영화를 찍어냈어요. 어느 순간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자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부와 명예보다 화혼(畵魂)을 지키려고 애썼던 장승업에 더 애착이 가요.”

그는 “내 인생의 목표는 칸영화제가 아니다”고 웃으면서 “작품을 통해 거듭나는 삶이야말로 포기할 없는 영원한 꿈이자 목표”라고 덧붙였다.

gskim@donga.com

▼임감독의 말말말▼

▽회화와 영화로 장르는 다르지만 어쨌든 ‘그림’에 매달리죠. 술, 많이 먹지는 않지만 즐기고. 여자 관계가 복잡하지는 않지만 복이 있고(임권택 감독)〓장승업과 자신을 비교하며

▽임 감독과의 영화 중 가장 재미있을 것 같다. 술과 여자가 나오면 재미있는 것 아니냐.(제작사인 태흥영화사 이태원사장)〓제작발표회에서 ‘취화선’에 대한 소감을 밝히며.

▽그놈의 노장, 그놈의 칸 소리!(임권택 감독)〓‘노장 칸에 도전한다’는 식의 표현이 가장 싫다며.

▽이거 캐스팅을 위한 로비 아냐? 어쨌든 시간 비워둬요(임 감독·이 사장)〓기자가 아이스크림을 사들고 들어가자. 임 감독은 인터뷰가 끝날 무렵 엑스트라가 아닌 알맞은 배역이 있다고 했다. 출연료는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