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에 호러 영화를 보라고요?”
요즘 극장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다보니 코미디같은 일도 벌어진다.
호러물 ‘컨벤트’는 당초 이번 주말 개봉할 예정이었던 영화. 200석짜리 작은 상영관에서 딱 일주일만 상영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끝내 영화관을 잡지 못했다. 당연히 주말 개봉은 물건너갔다.
‘컨벤트’ 수입회사의 한 관계자는 “여름에는 ‘큰 영화’가 많아서…. 그렇다고 호러물을 가을에 걸 수도 없다. 단성사측에서 평일 조조 시간이라도 빼서 하루 이틀이라도 상영하도록 해주겠다고 해 그것만 믿고있다”고 했다.
솔직히 ‘컨벤트’는 많은 관객이 들 영화는 아니다. 수녀의 머리가 댕강댕강 잘려나가는 이 영화를 일주일 내내 상영한들 1000명이나 볼까 싶을 정도. 그러나 비록 소수이긴 해도 지난해 미국 선댄스 영화제 개막작이었던 이 영화를 꼭 보고픈 ‘호러광’도 분명 있을 것이다.
‘컨벤트’의 경우 ‘수준낮은’ 작품이어서 극장측이 외면한다고 치자. 하지만 ‘수준작’의 처지도 별반 다르지 않다. 프랑스 영화 ‘타인의 취향’은 프랑스에서 37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호평을 받았던 작품. 모처럼 중년층도 즐길 만한 영화였지만 이 역시 ‘시네큐브’ 한 곳에서만 개봉됐다.
여름만 되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극장을 ‘싹쓸이’하는 현상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자잘한’ 영화를 여름철에 일주일이라도 걸기 위해 극장측에 1500만원∼3000만원의 뒷돈을 줘야하는 ‘관행’도 여전히 남아있다. 하지만 올해는 ‘스크린 부족현상’이 유별나 그나마도 쉽지 않다고 한다. 개봉 당시 최다 스크린을 확보한 ‘친구’의 마케팅에 자극받아 너도나도 스크린부터 확보하는 전략을 세운 탓일까.
그러다보니 ‘선택권’이 미덕인 복합상영관마저도 다른 영화관과 똑같은 몇 편의 블록버스터로만 채워지기 일쑤다. ‘시장 논리’를 내세우는 극장측의 입장이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다양한 선택권’을 보장받고 싶은 관객의 목소리가 점점 힘을 잃는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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